▲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휴대전화에서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거래하는 앱스토어를 개설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오는 14일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시작하고 향후 독일과 스페인 등 30개국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 이호수 부사장은 “앞으로 소비자와 사업자, 개발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발굴해 모바일 인터넷 시대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앱스토어는 애플 앱스토어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누구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서 이곳에 올려놓고 판매할 수 있는데 애플은 30%의 수수료를 빼고 판매금액의 70%를 개발자에게 돌려준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애플 앱스토어는 1년 동안 6만5천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올라왔고 누적 다운로드가 15억건을 넘어섰다. 애플 앱스토어의 올해 매출은 240억달러, 우리 돈으로 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애플 앱스토어의 성공요인은 무엇보다도 광범위한 단말기 보급에 있다. 아이폰과 아이팟터치는 세계적으로 4천만대 이상이 보급돼 있다. 거대한 시장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몰려들고 매력적인 어플리케이션이 쏟아져 나온 것도 당연한 결과다. 세계적으로 아이폰과 아이팟터치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개발자는 1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일찌감치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공개해 다양한 참여를 끌어낸 것도 성공요인으로 평가된다.

최근 조사에서는 아이폰 사용자가 한 달에 평균 10.2개, 아이팟터치 사용자는 18.2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는데 이 가운데 각각 2.6개와 2.0개가 유료 어플리케이션이라는 조사결과도 나온 바 있다. 무료 어플리케이션도 많은데다 유료라도 1달러 수준의 저렴한 가격이고 와이파이 인터넷을 이용할 경우 별도로 다운로드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경우는 애플의 성공요인이 고스란히 한계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단말기 보급대수가 얼마 안 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개발자도 많지 않다. 삼성전자가 직접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서 보급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초기에 시장을 넓히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사용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어플리케이션을 얼마나 풍부하게 제공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팟터치에서 동일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단말기마다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인터페이스가 모두 다르다는 것도 개발자들에게 제약요인이 될 수 있다. 삼성 앱스토어는 우선 윈도우즈 모바일 운영체제 단말기에 주력한다는 계획인데 하드웨어와 운영체제가 완벽하게 일체화된 애플에 비교하면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한편 삼성전자 앱스토어의 국내 개설 계획이 잡히지 않은 것은 국내 통신시장의 왜곡된 환경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회사들이 와이파이 인터넷을 지원하는 단말기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앱스토어를 개설하더라도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고 실행시키는데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매우 낮은 탓도 있지만 결국 국내 사용자들에게 앱스토어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삼성전자는 4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소비자 가전 전시회에서 선보일 옴니아폰 등에 앱스토어를 내장할 계획이다. 애플 앱스토어와 삼성전자 앱스토어 뿐만 아니라 구글 안드로이드마켓를 비롯해 노키아 오비스토어, 블랙베리 앱월드 등 단말기 업체들과 운영체제 개발업체들이 잇따라 앱스토어를 개설해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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