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총선보도 현장조사팀은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총 80명의 종로지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가졌다. 종로구민회관(관장 김현근)과 성균관대의 협조를 얻어 이루어진 이번 조사는 1차로 20-30대 여성주부 20명, 2차로 성균관대 종로지역 거주 재학생 40명, 3차로 40대-60대 주민 10명 등 총 7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번 조사는 참고자료로 활용하기위해 20개 문항에 달하는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정치적 현안, 지역 쟁점, 언론의 선거보도에 대한 자유토론을 가졌다. 현장조사팀은 선거 하루전인 10일과 선거 이후 등 이들을 3차례 면담해 선거결과에 대한 반응과 의식의 변화추이를 정밀 조사, 분석할 예정이다.




“이웃과 얘기하는 선거와 언론이 보도하는 선거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주부·32)

“남편을 통해 선거에 대한 간접적인 정보를 얻는다. 언론보도는 부차적인 정보통로이다. 후보자 선택
은 순전히 개인적으로 판단한다.”(주부·28)

“언론이 너무 윤리적인 관점에서 선거에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당위성을 강조하는 차원을 넘어서 실제적이고 효율적인 정보전달이 미흡하다.”(학생·22)

“언론에서 지나치게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만 보도한다. 언론보도를 보면서 정치에 대한 좌절감,허탈감을 느낀다.”(주부·56)

선거보도에 대한 종로지역 유권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선거보도에 대한 분석은 아무래도 거칠었지만 후보자 선택이나 지역 현안은 상당히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 수준도 보통 이상이었다.

인터뷰를 가진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종로지역 선거에 대한 언론보도의 빈도가 예전에 비해 훨씬 많아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3일 가진 1차 조사에 참석한 한 유권자는 “종로지역에 대한 관심이 너무 높은 것 같아 종로지역 지도까지 다시 꺼내 보았다. 내가 사는 동네가 말 그대로 ‘정치 1번지’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종로지역이 부각되는 이유도 명확히 알고 있었다. “유명인사가 많이 나왔고 선거전이 재미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들이 내린 평가이다.

언론 “제한적 영향력”

이로인해 유권자들은 이 지역이 그 어느 지역보다 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이러한 ‘각별한 관심’이 유권자들의 높은 선거참여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많다는데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동의했다.

그러나 언론의 후보자 보도가 자신들의 평가와 일치하는가에 대해선 엇갈리는 대답을 내놓았다. 여성층의 경우 ‘대체로 일치한다’는 반응이 우세했으나 학생그룹은 ‘비교할 수 없다’거나 ‘일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적지 않았다. 이같은 평가는 선거에 대한 참여정도, 그리고 정치적 관심도의 양 계층간 차이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여성층은 전반적으로 후보자에 대한 ‘밑바닥 정보’가 많았으며 선거운동원들과 접촉 경험도 학생그룹에 비해 높은 비율을 보였다. 여성 참석자들은 현장조사팀에서 마련한 ‘선거 토론’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했지만 학생그룹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엿보였다.

이에 따라 여성층은 선거보도를 보는 시각이 “후보자들의 성향을 잘 알고” 있으며, “언론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면 아마도 해당 후보자의 표가 깍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성유권자들 시각이 다분히 ‘현실적’이라면 학생그룹의 경우는 ‘당위적’이었다.

특히 여성 응답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6·27 선거 경험을 통해 ‘선거’라는 것이 단순히 정치인 선출이라는 일회적 행사가 아니라 자신들의 삶에 구체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는 의견들을 나타냈다.

6·27선거를 기점으로 후보자들에게 거는 기대가 ‘정치적 문제’에서 ‘일상적 문제’로 변화한 징후를 그룹 인터뷰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투표행태도 점차 가족간의 단일한 정치성향에서 가족 구성원들의 독자적인 투표를 인정하는 ‘분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명륜동, 창신동 등 한옥들이 밀집해 토박이 비율이 높은 지역 유권자들의 경우 “집안어른이나 남편이 누구를 찍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에게서 별 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공통적으로 답변했다. 이미 독자적인 정치적 선택을 내리는 ‘독립 변수’라는데 참석자들은 이의를 달지 않았다.

이는 언론의 ‘제한적인 영향력’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32세인 한 대졸주부는 “선거가 기본적으로 조직으로 움직이고 조직원들이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비한다면 언론의 영향력은 극히 미미하다”는 체험적인 분석을 하기도 했다.

여성 탤런트인 김을동 후보(자민련) 출마와 관련 연예인 출마자나 연예인의 선거운동엔 생리적인 거부감을 드러내는 의견이 다수였다. 언론의 일관된 관심을 호소하는 주문도 많았다.


“일관된 관심”주문도

이번에 선출된 국회의원이 공약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임기 중간에 언론이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의원 중간평가제’까지 도입해야한다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참석자도 있었다. 그만큼 자신들의 생활환경이 정치인들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는 강한 기대를 갖고 있으며 이것은 자신들의 힘 보단 언론에 의해 가능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특이한 점은 인터뷰에 참여한 참석자들 대부분이 언론의 선거보도가 지나치게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해 유권자를 언론으로부터 등을 돌리는데 한 몫 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는 것이다.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현장조사팀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 이상이 언론의 선거보도가 각 당의 비방, 폭로만 일방 중계해 정치에 대한 불신을 강화시키지 않고 있느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는 기본적으로 종로지역이 그 어떤 선거구 보다 박빙의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여론조사, 사전선거운동을 둘러싸고 각 후보자간의 치열한 비방전이 전개됐던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선거보도에서 스케치성 기사가 쏟아지면서 이러한 폭로전을 입체적으로 보도하기 보단 나열식, 흥미위주로 접근한데 따른 영향도 크다.

8일 3차 인터뷰에 참석한 성균관대 신방과 심모군은 “아이러니하게도 선거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선거보도를 더 안보게 됐다”며 “후보자들의 말들만 나열식으로 소개한 보도에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특히 젊은층들은 여론조사 신뢰도에 다각적인 분석을 내 놓았다. 한 참석자는 “오차율이 7%를 넘는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으면서 대다수 후보자 지지율 차이가 5%이내인 여론조사를 버젓이 내 놓는 언론사의 양식이 의심스럽다”면서 “과학성이라는 잣대를 내세워 가장 부정확한 보도를 하는 게 여론조사”라는 해석을 내렸다.

선거보도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성균관대 사학과 홍모군은 “각당의 막판 유세가 부동층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데 과연 그럴지 의문이다. 유권자를 무시하는 느낌까지 받는다. 아마도 언론의 이런 분석은 습관성 보도의 한 부류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선거를 들여다보는 유권자들의 눈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는데 비해 이를 따라가는 언론의 행보는 아직 더디기만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