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가정 그리고 예술’, 이 쉽게 화해되지 않는 삼각뿔을 춤으로 형상화한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나혜석·김일엽·윤심덕의 화(火)’라는 부제가 달린 황미숙의 여성춤굿 <선각(先覺)>.

지난 85년 결혼 이후 4년간의 공백을 딛고 <이사도라>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황미숙씨가 자신의 무용단을 이끌고 펼치는 이번 공연은 개화기 여성들의 삶을 토대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번 공연이 거창한 페미니즘의 구호, 일부 논란이 있는 개화기 여성의 생애의 윤색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개화기 여성들의 생애가 등장하는 것은 그들이 당시에 던졌던 문제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차원에서의 하나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으며, 황씨는 이 근거 위에 자신의 ‘가정-예술’ 체험을 녹여낸다.

결국 그의 춤이 의도하는 것은 현대 여성의 삶인 셈이다. 따라서 춤 <선각 >은 한복을 등장시켜 역사성을 환기시키는 한편 여성문제의 활발한 문제제기를 담은 선두주자들의 힘찬 질주 등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10·11일 문예회관 대극장 오후 7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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