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들어 우리나라 언론들은 환경과 정보화를 주제로 한 캠페인을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다. 캠페인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공익 또는 공공 캠페인, 자사 홍보성 캠페인, 그리고 공익과 홍보를 동시에 꾀하는 이미지 캠페인 등이다.

현재 한국 언론이 수행하고 있는 캠페인은 공익보다도 자사 홍보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저 ‘언론의 언론을 위한 캠페인’ 정도로 지나칠 수 없다는데 있다. 작금과 같은 언론 주도의 캠페인이 사회적으로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잠시 미국 언론은 어떠한 캠페인을 수행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자. 미언론은 시민의 위상을 높이고 삶을 윤택하게 하며 지역사회 환경을 개선시키자는 ‘공공 저널리즘’의 기치아래 캠페인을 수행하고 있다.

공공 저널리즘은 엘리트 중심의 보도 관행을 벗어난 일반인을 위한 일반인에 대한 보도 행태를 일컫는다. 요 몇 년 사이에 미신문들은 약 2백 여건의 공공 저널리즘 성향의 캠페인을 수행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 예로, 보스톤 글로브는 ‘시민의 소리’ 캠페인을 수행하여 시민들이 직접 정당 후보자들에게 질의토록 하였다. 뉴저지의 레코드지는 ‘삶의 질’이란 주제의 캠페인에서 지역사회 모임을 지원하여, 학교내의 인종차별과 같은 주제에 대해서 시민들이 토론하도록 하였다.

노스 케롤라이나의 <업서버>지는 ‘이웃을 돌아오게 하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시내 중심가를 범죄로부터 해방시키자고 호소했다. 이 캠페인으로 시 환경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한다.

워싱턴주의 한 신문은 ‘피자신문’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지역주민에게 무료로 피자를 제공하는 시민의 광장을 개설해 참여 시민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행정, 환경, 경제, 교육 등에 대해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개진토록 했다. 이 신문은 시민들의 광장에 참여한 시민들의 발언내용을 그대로 자신들의 신문에 게재하여 정치인과 여론주도층들이 알도록 하였다.

이렇듯 공공 저널리즘에 기초를 둔 캠페인은 시민들 간의 대화를 증진시키고 흩어졌던 힘을 모으도록 북돋고 있다. 그 결과 시민들은 권리를 회복하고 있으며 정치와 행정에 있어서 민주적 절차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러한 캠페인은 공공서비스의 가장 발전된 이상적인 형태이다.

미 언론의 공공 저널리즘 캠페인은 미국 시민들의 위상을 높여주며 바람직한 민주 사회 건설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특히, 우리 언론에 시사하는 바는 미 언론이 매체 공간을 우리처럼 연일 특집으로 포장하지 않으면서도 시민들의 사기를 북돋고 소구했던 변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 국민은 그동안 ‘공산당을 무찌르자’라는 전투적인 구호로 시작하여 ‘유신’을 거쳐 작금의 ‘세계화’라는 비논리적 구호에 이르기까지 지나치게 많은 각종 선동적인 캠페인 속에서 살아왔다.

세계사를 보아도 국민의 저항을 두려워하는 전체주의 정권일수록 국민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국민을 순치하기 위해서 캠페인을 수단화해 왔었다. 이러한 캠페인은 유행병처럼 다가와서는 국민을 오직 캠페인 찬성자와 반대자로만 존재토록 만든다.

우리 국민이 흑백 논리에 빠져있고 우리 사회가 유행병을 잘 타는 것도 이런 유형의 끊임없는 캠페인에 영향을 받은 사회화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요즘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정보화 캠페인과 논의는 이러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학교의 정보화 교육은 도서관에서부터 시작된다. 도서관은 정보화의 가장 중요한 토대이다. 우리의 도서관은 아직도 폐가식을 벗어나지 못하였으며 그나마도 있는 책도 잘 읽지 않는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보화의 개념 조차도 모르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보화란 허세이다. 여기에 시장·사장·사회단체장 등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 것을 보면 시민을 위한 캠페인인지 이들을 위한 캠페인인지 구분이 안되고 있다.

한편, 일반인들에게 정보화는 소비재이고 정보화 사업은 소비성 사업이다. 정보화 캠페인이 지속되면 될수록 PC, 소프트 웨어, 온라인 서비스 등의 정보화 사업을 하는 회사들만 키워주는 꼴이 된다. 기업의 상품을 지금 언론이 손수 나서서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한동안 국민의 과학수준을 높인다며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전 엑스포 장소가 지금은 한 기업의 놀이공원 사업장으로 변해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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