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 언론정책의 뚜렷한 특징 중의 하나는, 언론에 대한 통제와 특혜를 위한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성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방송광고공사에 의해 조성된 소위 ‘공익자금’이다. 광고공사와 공익자금에 대한 이해는 5공화국의 언론정책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5공화국은 한국방송광고공사라고 하는 역사상 유래없는 기관을 만들어 방송광고영업을 독점대행하고 그 대행수수료를 가지고 ‘공익자금’을 조성하여 언론인과 언론사에 특혜를 제공함으로써 언론을 유인했다. ‘한국방송광고공사법’은 이러한 방송광고공사가 철저히 문공부에 속해 있는 하부기관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음과 같은 조항들이 그것을 분명히 해준다. △문공부장관은 공사의 업무를 감독한다. △공사의 사장과 감사는 문공부장관이 임명한다. △공사는 사업연도마다 사업계획을 작성, 문공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규정에 의하여 광고물을 방송한 방송국은 문공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사의 광고대행수수료로서 일정액을 공사에 납부하여야 한다.

이처럼 방송광고공사의 제반 활동 가운데 핵심적인 사항은 거의 대부분 문공부의 의사결정에 따라 이루어지고, 방송광고공사는 충실한 현장관리인 역할에 머물고 있는 형편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법’ 제15조에 근거하여 국내 각 방송국은 공사가 대행 위탁하는 방송광고물 이외에는 광고방송을 할 수 없게 되고 방송광고공사는 방송광고영업을 독점했다. 방송광고공사는 방송광고영업의 대행을 독점하여 광고료의 20%(초기에는 15%)를 수수료로 받아 그중 일부를 광고대행사에 지불하고 나머지를 공익자금으로 조성했다.

한편 광고공사가 광고주들로부터 직접 위탁을 받아 광고를 대행하는 경우 공사는 광고비의 20%를 수수료로 다 챙겼다.

방송광고공사의 출범과 더불어 시작된 공익사업은 “방송문화의 발전과 언론인의 후생복지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한 ‘광고공사법’ 제1조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처음에는 방송·언론분야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1982년 12월 28일 ‘광고공사법’이 개정됨에 따라 1983년부터 문화예술진흥사업이 추가됐다.

그리하여 공익자금은 주로 언론공익사업지원과 문화예술진흥사업지원에 쓰였는데 그 운용 현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언론공익사업 지원

1) 언론인 자질 향상 : 언론인 해외시찰, 한국언론연구원 지원(국내외 연수), 언론장학사업.
2) 언론인복지후생 증진 : 언론인 자녀 학자금 지원사업, 국가유공언론인 부조금 지원, 언론인 주택자금 융자, 언론인 생활자금 융자 지원.
3) 언론공익시설 건립, 운용 : 프레스센터, 남한강 종합 수련원 건립·운영.
4) 광고문화연구소 설립 및 운영지원.
5) 언론단체 지원 : 방송위원회, 언론중재위원회, 기독교방송, 기타 언론단체.
6) 기타 지원사업 : 기독교방송국의 노후장비 개체, 연합통신의 신축사옥 건립과 장비개선, KBS의 1984년 국제방송 심포지엄 개최 행사, 1985년 국제방송협회 행사, 코리아헤럴드의 우수언론인 초빙과 컬럼게재 및 유명통신 특약, 극동방송의 노후장비 개체, 한국잡지금고의 기금출연 등을 지원했다.

문화예술진흥사업지원

1) 문화예술진흥 기금 출연 : 문예진흥기금조성 출연, 지방문화시설 확충자금지원, 지방문화원 활동 지원, 기타 문예진흥사업 지원.
2) 예술의 전당 건립 지원.
3) 기타 문예활동 지원: 출판기금 출연, 문화예술단체 지원, 문예출판 지원, 각종 행사 지원.

이러한 공익자금은 그 운영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참고로 1988년 감사원의 감사결과보고서가 지적하고 있는 공익자금 운영상의 주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기본운영계획도 없고, 심사분석조차 실시하지 아니하여 총괄적인 관리기능조차 갖추지 못한 채 거대한 자금을 운용해 왔다. 2) 감독기관인 문공부가 공익자금을 자체예산인 것처럼 정부 편의에 따라 자금관리와 운용을 지시해 왔다. 3) 공익자금을 무계획적으로 집행함으로써 사업수행자가 자금을 목적외에 사용하는 것을 방치했다. 4) 법인세 면탈을 목적으로 자금을 사업수행자에게 직접 교부하지 않고 문예진흥기금에 조건부 기부채납하여 지원케 하는 우회편법으로 탈법행위를 자행했다. 5) 언론공익시설을 건립했으나 무계획적 투자로 실적이 저조하여 자체 운영비조차 조달하지 못하고 매년 관리운영비용을 공익자금에서 지원받고 있다. 6) 공익자금을 지원받은 사업수행자들이 허위영수증을 첨부, 자금을 지원목적 외에 전용한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7) 유령단체나 지원목적에 합당하지 않은 사업수행자 또는 자격요건미달자에게 지원한 공익자금 규모가 공익자금 총액(1981∼1986년 조성분) 1천8백5억원 중 49.9%에 상당하는 9백억원에 달한다. 8) 방송광고공사는 자금만 지원하고 피지원단체에 대한 법정감사권이 없으므로 공익자금의 정당한 사용에 대한 사후관리가 전혀 부재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 의해 조성된 ‘공익자금’은 우선 언론인을 회유·순치하기 위한 각종 특혜 및 지원사업에 사용됐다. 특히 공익자금이 방송광고대행의 독점으로 조성됐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이 신문관련 특혜 및 지원에 사용됐다는 점은 공익자금의 성격을 잘 반증해 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공익자금은 언론에 대한 측면통제를 목적으로 설립된 각종 언론유관기구 및 기관의 재원으로도 사용됐다. 이렇게 볼 때 한국방송광고공사는 5공화국 정권의 언론통제 및 언론 회유에서 결정적인 자금원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국내의 정치상황도 많이 변하고 또 시장개방의 물결이 밀어닥침에 따라 광고공사의 위상과 공익자금의 존폐 여부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광고공사가 5공의 불온한 의도 하에 설립된 것은 분명한 일이지만, 현재의 상황은 설립과정의 문제보다는 자금 조성과 자금 사용의 정당성과 공공성의 문제에 더욱 주목하게 한다.

광고공사의 존재가 필요하다면 그것의 기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며, 언론공익자금은 언론의 공익성 확보를 위해 어떠한 식으로든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요컨대 광고공사의 존폐 여부와 언론공익자금의 조성과 용처 문제는 별개로 분리되어 고찰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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