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의 간판 프로그램인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이 또다시 시련을 겪고있다. 생방송에 출연한 한 정당 대변인이 내뱉은 말 한마디에 방송위원회가 프로그램의 제재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 3일, 매일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두 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에 민주당 대변인인 김홍신씨가 출연해 “대통령은 사기꾼”이라고 몰아부친데서 비롯됐다.

김대변인의 이날 출연은 총선을 앞둔 각 정당 대변인의 이야기를 돌아가면서 듣는 프로그램의 순서에 따른 것으로, 김철 신한국당 대변인과 김한길 국민회의 대변인에 이어 세번째 초대된 것이다. 김 대변인의 ‘사기꾼’발언은 김대중 총재의 ‘20억원’ 관련 발언과 김종필 총재의 독도관련 발언 및 김대통령의 대선자금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불쑥 튀어나온 나온 말이다.

이 일을 계기로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손호상PD는 9일 방송위원회의 전화호출을 받아 ‘법규정 준수 위반에 관한 의견 진술’을 해야했다.

방송위원회는 이 프로그램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3조 1항에 있는 ‘명예훼손 금지’에 부합된다고 통고했다. 여기서 방송위원회는 잠정적으로 ‘사과명령’을 결정했다. 하지만 서면으로 출두해 줄 것을 요청해야 하는데 전화로 ‘호출’했기 때문에 17일 다시 출두해 정식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전에도 시사자키는 민주노총 관계자가 통화중에 한 ‘김말룡 후보를 지지한다’는 발언과 관련해 ‘주의’를 받았고, 정세분석 코너에서는 여론조사의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장 중징계인 ‘사과명령’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잇단 물의를 일으키자 담당자들은 정세분석 코너를 없애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 일과 관련해 CBS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특정 정당에게 도움을 주거나 유리하게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출연자가 생방송 중에 한 말을 가지고 방송사를 제제한다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상황이라면 보도제작 프로그램은 갈수록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번 일의 직접적인 관련자인 김홍신 의원도 “생방송 중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방송사가 예측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방송위원회가 출연자가 방송중에 말한 문구를 이유로 방송사를 제제하는 것은 방송억압의 실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