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이 끝났다. 한달 가까이 진행된 MBC의 파업에 대해 입장에 따라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이번 사태가 던져준 적지 않은 의의 몇가지를 살펴볼 때다.

우리는 우선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의 민주화 수준 또는 정도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났다는 점을 주목한다. 많은 사람들은 현단계의 우리 사회가 절차적 형식적 민주주의는 상당 수준에 이르고 있으나 실질적 내용적 민주화 정도는 아직 미진한 구석이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MBC 강사장 선임의 직접 책임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사실 노조 출범 초기에 노조가 주축이 돼 MBC의 바람직한 위상을 세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기구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 MBC 사태의 전과정을 통해 안팎으로 상당한 비판을 받은 방문진이지만 한때는 사장 선임의 민주적 절차를 담보해 줄 수있는 기구로서 노조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절차적 민주화가 일정 부분 확보됐다해도 권력집단들의 방송 통제라는 비민주적 발상과 의도가 여전히 관철되고 있다면 그 절차는 오히려 이같은 비민주성을 은폐시키는 도구로 전락되고 만다. MBC노조는 바로 이처럼 유명무실한 형식 민주주의를 넘어서서 내용적인 민주화를 요구하는 투쟁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은 MBC 사태를 둘러싸고 전개됐던 시민사회의 대응 움직임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진상조사위원회 또는 대책위원회 등을 조직해내면서 이번 싸움을 한 회사의 노사문제가 아니라 공적 가치로서의 공정방송 실현이라는 요구를 자기 목소리로 담아냈다. 방송사 내부의 힘만으로는 방송의 공익성을 훼손시키는 권력이나 자본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같은 움직임의 의미는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자본의 방송참여, 방송사 사장 선임방식 등이 주요 쟁점으로 남아있는 방송통합법안을 정부가 올해 안에 국회에 다시 상정키로 한 것과 관련해 이같은 시민사회의 적극적 움직임은 상당히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방송사 단일노조의 필요성이 보다 분명해졌다는 점일 것이다.

지난 87년 이후 지금까지 방송사 노조 투쟁의 대부분이 공정방송 실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과제가 여전히 미완의 목표로 남아있는 것은 권력의 비민주적 속성과 함께 내부 역량의 분산때문이었다. 방송사 노조의 경우 싸움은 항상 권력을 향한 것이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응도 방송사 노조 전체의 단결을 통한 것이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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