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남1녀의 어머니인 서미경씨(주부·종로구 명륜3가·34)는 이번 선거에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참여했다고 자부한다.

대학시절 여성문제 서클에서 활동하는등 비교적 남 보다 앞서는 정치의식을 갖고 있던 서씨는 그간 가정에 파묻혀 지역문제나 정치문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해왔다.

6·27 지자제 선거때는 후보자를 살펴보지도 않고 모당 선거운동원들의 권유로 ‘생각없이’ 투표장에 다녀올 정도였다.

그러나 3일과 10일 본지 현장조사팀이 주관한 두 차례의 포커스그룹 인터뷰에 참여하면서 그동안의 ‘생각’이 마구 깨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룹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들의 정치적 견해를 들어보고 ‘참된 정치’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 나태한 자신의 정치의식에 자책감을 느꼈던 것이다.

건성으로 보던 각 후보자들의 선거홍보물을 꼼꼼히 읽기 시작했고 남편과 과연 어떤 후보자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 솔직하고 수준높은 토론도 벌였다. 남편도 자신과의 토론을 통해 지역주의에 따라 후보자를 선택하던 것에서 벗어나 ‘인물’을 진지하게 탐색했다.

서씨는 포커스 인터뷰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주위의 시민단체에도 참여해 볼 것을 심각히 고려중이다.
“주부들의 관심사는 아무래도 육아문제입니다. 자기 가족들과 관련된 이상의 것들을 고민하기가 쉽지 않죠. 그러나 깊이있게 파고들어가면 관심을 두고 있는 문제도 많고 그 처방도 그다지 단순하지 않아요. 지역단체 등에서 이러한 주부들의 ‘정치적 힘’에 주목해야 합니다.”

후보자 선택의 가장 큰 기준은 어느만큼 ‘현실성 있는 지역 공약’을 내세웠는지와 과거 이력이었다. 그 결과 가장 부합하는 후보자를 찾을수 있었다. 바로 노무현후보였다.

그러나 노씨는 낙선했다. 서씨는 낙선의 원인과 책임이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 있다고 생각한다. 분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냉엄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올해 국민학교에 입학한 큰 아들의 선생님에게 촌지를 주어야하는지 고민해 오던것도 이번 기회에 말끔히 정리할 생각이다. 나부터라도 깨끗해야겠다는 의지를 새롭게 다진 것이다.

현장조사팀에 참여한 자문위원들은 서씨의 경우가 이른바 ‘공익저널리즘’(Public Journalism) 혹은 ‘시민저널리즘’(Civic Journalism)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언론사가 주도한 정치적 토론에 참가해 정치적 경험을 얻고 나아가 지역현안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의 실마리를 찾는 ‘시민 저널리즘’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한국언론에서 아직까진 생소한 개념으로 남아 있는 시민저널리즘의 가능성이 현장조사를 통해 확인됐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의 의미와 그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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