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이 MBC 파업에 총대를 맸다. 강사장 자진사퇴를 책임진다고 약속 것이다. ‘사장선임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재선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던 기존 입장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방문진이 MBC노조비대위와 6개항에 걸쳐 합의를 하게 되기까지는 최문순비대위위원장과 김희집이사장의 5차례에 걸친 비공식회담이 있었다. 강사장 선임이후 줄곧 MBC파업에 대해서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던 방문진이 계속적인 책임추궁을 당하자 자의든 타의든 사태해결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24일, 강사장 추문폭로 기자회견이 예정된 이틀전 김희집 이사장은 노조에 만나자는 제의를 해왔다. 이때까지만해도 김이사장은 “일단 업무에 복귀해달라”는 요청을 했을 뿐이다. 김이사장은 이어 기자회견이 이틀 연기돼 28일 강사장의 추문이 전면 폭로되자 “시간이 필요하다. 방문진이사회를 열 시간, 강사장과 정부를 설득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당당했던 기세를 죽이고 협상의 여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이사장이 입장을 완전 선회하고 사장 재선임의 의지를 굳힌것은 지난 2일 네번째 만남에서다. 김이사장은 MBC파업관련 유인물이 선거유세장 등지에 집중 살포되기 시작한 2일 최문순위원장에게 만나자는 제의를 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내 사장선임을 새로하겠다”며 모양새를 갖춰줄 것을 요구했다.

방문진의 이같은 입장선회를 놓고 방송가에서는 ‘청와대가 강성구사장의 부도덕성을 알고도 강사장을 연임시키도록 했다’는 내용의 MBC파업 유인물이 선거유세장에 집중살포된 것과 관련,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한 청와대의 언질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이같은 유인물이 배포되자 MBC노조에는 “청와대를 비난하는 것은 특정 정당을 매도, 비난하는 것이 아니냐”“선거법 위반으로 고소, 고발하겠다”는 등의 항의전화가 쇄도했으며 중앙선관위 측에서도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김이사장은 4일 비대위와 공식적인 합의를 하고 방문진 이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은 합의사항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합의가 협의체기구인 방문진 이사들 전체의 사전동의를 구한 사안이 아니라는 점 등 때문에 일부 조합원들은 실효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어쨌건 이제 방문진은 사태해결을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공식적인 문건을 통해 합의한 것을 뒤엎을 경우 방문진의 존립자체가 위태로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문진과 김이사장과의 합의에서 가장 큰 의견차는 강사장 퇴진 시기였다. 또 강사장의 퇴진시기를 명시할 경우 방문진이 노조에 밀려 재선임을 하게 된다는 인상을 주는 점도 방문진에는 부담이 됐다.

김이사장은 총선후 이사들과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사장 재선임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논의가 실질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먼저 강사장의 자진사퇴가 전제돼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만약 강사장이 자진사퇴의사를 표명하지 않는다면 방문진은 이사회에서 불신임 재청을 해야하는 부담을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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