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장은 과연 총선 후 물러날 것인가. 물러난다면 그 시기는 언제인가. 반드시 물러날 것인가.

MBC비대위와 방문진과의 ‘합의’를 둘러싸고 온갖 해석과 예측이 분분하다. ‘합의문’어디에도 “반드시 물러난다”든가 “언제 물러난다”는 문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비상대책위는 이를 받아들였으며, 조합원들은 반발하면서도 최문순비대위원장의 ‘고뇌에 찬 결단’을 수용해 업무에 복귀했다.

조합원들이 이를 수용키로 한 데에는 무엇보다 집행부에 대한 강한 신뢰와 함께, 합의문의 이면에는 ‘공개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 복귀결정 당일인 4일 저녁 비상총회 자리에서도 일부비대위원들은 “여러분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보다 없는 얘기들이 훨씬 더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그 이야기들은 ‘합의’ 당사자들인 김희집 방문진 이사장과 최위원장만이 알고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MBC조합원들은 총선 이후 강사장의 퇴임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믿는 분위기다. 강사장 스스로도 시인했듯 ‘망가진 자연인’이 공영방송사의 사장자리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에서도 더이상 강사장을 고집할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강사장의 부도덕한 사생활이 세상에 다 알려진 마당에 노조의 계속되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를 고집할 경우 자칫 비난의 화살이 청와대와 정부 여당으로 쏠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방문진이 발벗고 나서 사태를 조기매듭지을 수 있도록 한 것도 이같은 배경이 강하게 작용했다. 방문진이 비대위의 요구사항에 ‘동의한다’고 나선 터인지라 총선 후 강사장의 퇴임은 분명해보인다.

남은 문제는 ‘시기’와 ‘모양’이다. 강사장이 퇴임한다면 언제 어떤 모양으로 물러날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예측이 엇갈리고 있다.

노조 측은 ‘총선 이후에서 4월이 가기 전’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진 역시 외견상 이같은 시점에 동의해준 것으로 보인다. 합의문에 ‘4월 30일’이라는 시한을 못박지 않은 것은 ‘떠밀려나가지는 않았다’는 모양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약 20일 동안의 기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서도 예측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 기간 동안 발생하는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먼저, 가장 큰 변수는 총선이다. 총선 결과는 어떤 형태로든 MBC사태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데에 이견이 별로 없다. 즉, 집권 여당이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이에 따른 내각 및 청와대 비서진 개편이 불가피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강사장의 자연스런 퇴임과 새로운 인물의 MBC입성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이럴 경우 집권여당의 총선 이후 체제 정비 과정이 일단락된 시점과 맞물려, 강사장의 자진사퇴 등 ‘모양’을 갖춘 뒤 방문진의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신임사장이 임명될 것이며 시기는 4월 하순경으로 관측되고 있다. 벌써부터 후임자 물색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사태의 가장 원만한 해법일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이같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현업복귀가 결정된 날 저녁의 노조 비상총회 자리에서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된 것도 이 부분이다.

즉, 강사장이 자진사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과연 방문진이 책임질 수 있겠냐는 것이다. 더 나아가 청와대나 정부가 강사장의 퇴임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도 방문진이 강사장의 퇴임을 결의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그럴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결국 ‘방문진의 책임’부분이 논란거리로 대두된다. 어차피 노조 측과 방문진과의 ‘합의’ 또는 ‘요구와 동의’ 문건이 최위원장과 김이사장과의 ‘교섭’의 산물인 이상 ‘방문진의 책임’이 아닌 ‘김이사장의 책임’차원으로 떠넘겨 김이사장 개인의 사퇴 등으로 매듭지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MBC노조 역시 이같은 상황을 우려해 최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를 해체하고 정찬형 제8대 노조위원장 당선자가 이끄는 새로운 비대위 체제를 구축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정 위원장도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강사장을 단번에 날릴 수 있는 새로운 카드를 갖고 있다”며 투쟁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문제는 노조의 지속적이고도 강력한 반발과 여러가지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강사장을 고집할만큼 그의 효용성이 월등하냐는 점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총선 전에는 ‘대안부재론’과 ‘총선 전 교체에 따른 부담론’이 우세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시점에까지 그같은 평가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향후 계속되는 정부의 방송정책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내년으로 다가온 대선까지 떠맡을 수 있는 인물의 물색이 그다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인선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즉, 코앞에 다가온 통합방송법안의 처리 및 방송구조 개편, 방송사 단일노조 건설 등 산적한 방송계의 현안들을 정부의지대로 수행해나갈 인물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는데 청와대와 정부의 고민이 있다는 것이 방송가의 일반적 관측이다.

이 때문에 강사장의 퇴임은 이같은 난제들을 훌륭히 수행해나갈 ‘그 어떤 인물’이 떠오르는 시점과 같을 것이며, 그 시점은 방문진도 쉽사리 점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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