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조사를 마치며 우리에게 선거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본다.

선거는 국정의 가장 중요한 정책결정과정의 기초라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선량들이 세금을 집행하고 시민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심의, 결정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느냐는 선거마당이 얼마나 공론장의 기능을 발휘하고 활성화되느냐와 직간접적인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15대 현장조사팀은 바로 이러한 선거의 기능과 원칙에 주목했다.

15대 총선의 선거문화는 과거 보다는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문제점 역시 적지 않게 노출했다. 무엇보다 21세기 주역인 젊은 층 유권자의 50% 이상이 투표에 기권한 것으로 나타나 이들의 탈정치화가 심각한 것을 보여주었으며 지역할거주의 역시 여전히 그 끈질긴 생명력을 확인시켜주었다. 여기서 우리는 또 하나의 주요한 특징을 발견한다. 바로 언론보도에 대한 불신감이 상당히 뿌리깊다는 점이다.
종로지역에 대한 현장조사에서 우리는 이러한 언론불신이 극대화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다양한 집단들과의 인터뷰, 설문조사, 전화조사에서 대상자들은 서로에 대한 불신과 괴리감을 나타냈다.

정치인들 및 후보자 진영에선 기자들의 취재,보도 방식이 전화취재로 대표되는 나태함, 건성 질문, 부정확한 보도, 유도 질문등에 불만을 표시했다. 시민들 역시 언론에 대한 불신이 깊으며 획일적인 기사들과 한국정치에 혐오감을 가중시키는 부정적인 기사, 스케치 기사, 가십기사 등이 유권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기자들의 반응에서도 일정부분 확인됐다. 기자들은 직접취재보다는 간접 취재, 스케치나 동정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고, 선거기간동안 유권자들의 민의를 밀착 취재하려는 노력이 적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이처럼 한국선거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주체들인 후보자, 언론인, 유권자들이 느끼는 불신감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물론 언론의 외적요인과 내적요인에서 파생된다. 후보자들은 미디어의 속성과 체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따라서 미디어 접근 및 이용전략을 가질 수가 없다. 언론의 가장 중요한 정보원임에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열의를 찾아볼 수 없는 점은 바로 이러한 이해 부족에서 빚어진 결과로 보인다.

언론은 선거를 통해 자사의 사세확장이나 이미지 제고, 나아가 잠재 독자를 발굴할 수있는 프로그램이나 보도 포맷을 계발하려는 노력이 소홀했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선거전략이 부족하고 과거의 관행에 매몰된 경향이 강했다. 가령 언론이 공론장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독자나 정치인을 위한 특별지면 제작, 시빅(Civic) 저널리즘 개발, 시민 포럼장 등을 개설해 정치생산자와 소비자들간의 간극을 줄이고 이 과정에서 언론의 기능을 극대화하려는데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선진국에서 쇠퇴하는 신문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선거저널리즘을 개발하고 있음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유권자들은 양분된 의식을 보여 주었다.선거참여관심세력과 무관심 세력이 뚜렷이 대별됐고 그 간극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한가지 고무적인 현상은 여성주부나 일부 젊은 층의 경우 정치적인 관심이 놓고 잠재적인 참여도는 다른 계층에 비해 월등하다는 점이다. 언론사는 이를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국내 최초로 시도된 선거 시민(civic) 저널리즘을 통해 우리는 유권자들의 일상적인 삶이 이른바 ‘커
뮤니케이션의 체계’속에 하루빨리 파고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것은 정치문화의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산학협동과 전문가적인 연구, 기획이 전제가 되어야 하며 관련 연구 집단의 지속적인 토론 및 연구가 요구된다.

산학간의 열린 ‘공론장’이 절실한 시점이다.결과적으로 정치인,유권자,언론과의 간극을 메꾸고 ‘생산자’위주의 선거보도를 지양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중 혹은 수용자 중심의 보도행태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축적될때 시민들을 선거의 장으로 이끌어 낼 수 있으며 이들에게 중요하고 중심적인 선거의제를 제시할 수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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