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총선보도 현장조사팀은 종로지역 후보자, 유권자 인터뷰에 이어 15일 종로경찰서 출입기자 8명에 대한 설문조사, 종로지역 선거 탐방기사를 작성한 정치부기자들의 의견 수렴작업을 벌였다. 총선보도 현장조사 결과는 언론연구원 정책연구팀의 면밀한 분석을 거쳐 4월말 연구보고서로 출간된다.


종로지역 선거는 결국 신한국당 이명박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이후보는 국민회의 이종찬후보를 약 8천표차이로 눌렀다. 당초 강력한 경쟁자중의 하나로 거명됐던 노무현후보와는 2만 3천표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각 언론의 여론조사와 대략 일치하는 것이다.

종로지역에 대한 각 언론의 여론조사는 지난 1월 중앙일보가 이종찬후보 33.8%, 이명박 후보 29.3%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 보내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 조사는 당시 노무현후보의 출마가 불투명했다는 점에서 별반 의미가 없었다. 이후 노후보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각 언론의 여론조사는 이명박, 이종찬, 노무현순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이 기조는 선거 막판까지 유지됐다.

한겨레 21은 2월 8일자에서 이명박후보 28.3%, 노무현 20.7%, 이종찬후보 17.4%로 지지율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주간조선도 2월 1일자에서 이 지역에 거주하는 유권자 5백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23.1%), 이종찬(18.6%), 노무현(18.3%)의 순으로 보도했으며 조선일보의 3월 22일자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예측했다.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방송사 합동 여론조사에서도 이명박후보 39%, 이종찬후보 33%, 노무현 22%로 나타나 선거결과에 거의 근접했다. 한 마디로 종로지역에만 국한해 놓고 본다면 각 언론의 여론조사는 ‘만점’에 가깝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와 함께 종로지역 판세를 점검했던 주간조선 김창수 차장은 이 지역 유권자들의 후보자 지지성향이 일관돼 있었던 점을 판세 예측이 가능했던 요인으로 꼽았다. 김 차장은 “다른 지역들의 경우 이른바 부동층의 비율이 높아 선거이슈나 조사시점에 따라 다른 경향을 보였으나 종로지역은 일치감치 지지후보를 결정한 유권자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취재기자들도 대부분 이명박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자체판단을 내리고 취재에 임했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3월 13일 ‘4당 주자들 안개속 싸움’이라는 제하의 종로지역 선거현장 기사를 내보낸 세계일보 정치부 이춘규기자는 “취재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지역 대결구도를 이명박후보와 이종찬후보로 압축했다. 내부 여론조사와 자체분석에서도 이명박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이종찬후보에게 우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는 것이다.

다만 선거운동에 영향을 줄 위험성이 있는데다 후보자들 선거캠프의 사기를 감안해 기사에선 4당 후보간의 각축으로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3월 9일자에서 종로지역 총선현장을 소개한 동아일보 하준우기자도 마찬가지. 하 기자도 이명박후보가 조직력면에서 앞서나간다는 내부 분석이 적지 않았다는 것.

당시 현장취재에 나섰던 기자들은 일반적으로 후보자들의 언론전략이나 적극적인 정보제공 의지를 별반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후보자들의 일정이 워낙 바빠 시간을 내서 직접 인터뷰 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정도였다. 취재 과정에서 후보자들의 일정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반응은 종로경찰서 출입기자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왔다. 1차 후보자 조사에서 후보자들이 언론이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반응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모순되는 측면이 적지 않다.

종로경찰서 출입기자들의 경우 대부분 현장스케치 기사에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답한 기자 대부분은 현장스케치와 불법선거, 후보자간의 고소, 고발전등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취재형식이나 취재내용도 엇 비슷했다. 후보자들과 인터뷰는 대략 4-5회였으며 취재내용은 당선가능성과 상대후보에 대한 견해, 선거운동 방법, 공약 등이었다. 그러나 기사게재율은 송고된 기사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기사의 참신성이나 투표에 미칠 영향력, 함량 미달, 사실확인의 어려움을 기사 게재 불가 요인으로 지적했다.

판세 예측이나 전체적인 선거 흐름은 정치부기자들의 몫인데 반해 현장의 움직임,달라진 선거문화, 화제성 선거운동을 찾아다니는 사건기자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들에 대한 취재는 비교적 다양한 편차를 보였다. 최고 10번까지 유권자들의 반응을 귀담아 들은 기자가 있는가하면 단 한번도 종로지역 유권자를 만나지 않았다고 응답한 기자도 있었다. 그러나 유권자 인터뷰가 지면에 반영된 경우는 두기자에 한해 각각 한번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언론의 ‘유권자 홀대 현상’이 심각한 수준임을 반증했다.

취재관행도 말 그대로 ‘관행’수준을 못벗어났고 독자들과 후보자들을 의식해 ‘균형’보도 이상을 뛰어넘는 ‘개성’이 눈에 띠지 않았다는 평이다. 수비형 보도에서 공격형으로 과감히 전환하는 실험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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