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인터네트 보급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달 14일 이석채 정보통신부장관과 안병영 교육부장관이 조선의 방상훈 사장과 중앙의 홍석현 사장을 만나 양사의 갈등을 중재하고 지난 3일에도 재차 양사의 부국장급 간부들을 만나 조율과정을 거친 결과다. 이 조율은 인터네트 사업 영역이라는 ‘서로의 파이’에 대해 침해하지 않는다는 협정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그러나 양사의 격한 경쟁이 언론계에 남긴 후과는 그냥 진정하고 넘어갈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격한 경쟁에 정부까지 중재에 나섰다는 사실은 언론계 입장에서 보면 결코 유쾌할 수 없는 일이다.

굳이 ‘사회의 목탁’이란 수사를 거론하지 않는다 해도 사회를 비판하고 감시해야 할 입장에 있는 언론으로선 그에 걸맞는 ‘품위’를 유지해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언론이 이 권리와 의무를 스스로 포기하고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중재에 나서지 않으면 안될 만큼 룰도 없는 과열경쟁을 벌였다면 앞으로 언론은 기업과 정부에 대해 무슨 면목으로 그들의 문제점을 질타할 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또 이번 갈등은 ‘순수하게 학교정보화 운동을 벌인다’는 양사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뉴미디어 사업 진출을 둘러싼 언론사간의 ‘이전투구’를 예고하게 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자유경쟁체제에서 언론사도 영리추구를 하는 기업인 바엔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언론사간의 전쟁이 심화되면 될수록 지면의 황폐화로 이어지고 마침내는 독자를 볼모로 삼는다는 점이다.

양사는 거의 매일같이 2개의 특집면과 사고를 통해 마치 강요라도 하듯 인터네트 사업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특히 조선은 지면의 일부를 중앙에 대한 공격 무기로 삼기도 했다. 삼성과 중앙 홍사장 소유인 보광훼미리마트와 보광휘닉스에 대한 기사가 그것이다.

최근의 상황은 공정거래위의 불공정거래행위 제소라는 정부의 개입과 지면의 황폐화를 불러일으켰던 지난해 신문시장 쟁탈전을 다시 기억나게 한다. 독립신문 탄생 1백주년을 맞은 오늘 우리 신문의 ‘현주소’를 반증해주는 아픈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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