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미트닉. 지난해 미연방수사국에 의해 검거된 90년대 최고 수준의 해커다. 체포 당시 나이는 31세.

그는 인터네트를 안방 드나들듯 하며, 각종 범죄행각을 벌였다. 그에 의해 자료가 훼손되거나 파괴된 데이터베이스는 수백건. 금액으로 치면 수백만달러에 해당하는 정보라는게 미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의 판단이다. 또 2만여개의 신용카드 계좌를 조작, 일반인들에게도 피해를 입혔다.

따라서 FBI와 CIA는 93년부터 미국 최고의 수사기관의 명예를 걸고, 그의 검거에 나섰다. 사이버 스페이스(가상공간)인 통신망에서 그에 대한 체포시도는 수없이 이뤄졌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다. 자신을 검거하기 위한 덫이 놓아졌음을 감지한 케빈 미트닉의 교묘한 탈출수법에 수사기관은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었다.

그러나 94년 크리스마스 무렵. 전설적인 미트닉의 횡포도 종지부를 찍게된다. 자신의 컴퓨터에 침입, 데이터를 망가뜨린 미트닉을 잡기 위한 또다른 해커에 의해 꼬리가 잡힌 것이다.

94년 12월 25일 오후 2시 9분. 미트닉은 그를 추적하던 일본계 통신보안 전문가 시모무라 쓰토무의 컴퓨터에 침입했다. 시모무라의 컴퓨터는 미트닉을 속이기 위해 보안시스템을 가장, 몇가지 질문을 던졌다.

미트닉은 이를 보안시스템 기능을 강화한 컴퓨터로 가정, 엄청난 숫자의 메시지를 보냈다. 컴퓨터가 데이터처리에 전념케해 다른 컴퓨터의 신호에 응답할 수 없는 오버플로우상태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다음, 미트닉은 준비해놓은 시카고 소재 로욜라대학의 사용자번호(ID)를 이용해 로욜라대학의 컴퓨터로 접속한 뒤 인터네트통신망으로 시모무라의 컴퓨터에 접속했다.

2시20분경. 미트닉은 통신회선을 일단 끊었다가 다시 접속했다. 외부인 자격으로 아무런 문제없이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시모무라의 컴퓨터도 다시 정상으로 회복시켜놓았다. 그는 시모무라의 컴퓨터를 돌아다니며 상당량의 데이터를 훔쳐갔다. 그러나 미트닉은 이때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다.

외부침입 흔적을 없애기 위해 컴퓨터의 활동상황인 로그화일을 지우려고 했다. 전형적인 해커들의 수법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작업은 시모무라가 미트닉을 잡기 위해 파놓은 함정이었다.

시모무라는 컴퓨터해커의 침입에 대비, 로그화일만큼은 항상 자신이 근무하는 기관의 수퍼컴퓨터가 감시토록 하고, 유사시에는 바로 경보를 울리도록 만들어놓았던 것이다. 슈퍼컴퓨터는 미트닉의 이같은 행위를 곧바로 간파하고 외부침입자를 역추적하기 시작했다.

미트닉의 전설은 이렇게 끝이 났다. 10대부터 컴퓨터조작을 통해 시외전화 공짜이용에서부터 82년 미 공군사령부 컴퓨터침입을 비롯 수차례 미 군용컴퓨터에 침입등 10여년간 전설적인 해커로 군림해온 미트닉의 해킹은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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