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은 기존의 언론을 대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언론’이 될 수 있는가.

PC통신의 소모임이 그 의미있는 실험을 진행중이다. ‘정은임 복귀추진을 위한 모임’(천리안), ‘정은임의 FM영화음악 다시듣기 모임’(하이텔), ‘정은임과 영화음악을 위해’(나우누리)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모임의 구성은 MBC가 호평을 받던 프로그램 진행자를 교체한데 대한 항의에서 출발했다. MBC는 지난 94년 봄 정기개편때 2년여 동안 지속됐던 라디오프로인 <정은임의 FM영화음악>을 ‘대중성’을 이유로 진행자와 담당PD를 교체했다. 개별적 항의들이 ‘MBC옴부즈맨’과 PC통신·엽서 등을 통해 쏟아졌다. 상당 수준의 전문성과 사회성을 겸비했던 프로의 특징을 송두리째 없애버린 처사에 대한 항의와 “청취자가 특화될 수 밖에 없는 심야 시간대 라디오 프로에 대중성을 도입한다고 해서 과연 얼마만큼의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라는 편성정책에 대한 비판, 전문MC 양성의 문제 등이 불거졌다.

이 항의가 ‘적당한 선(?)’에서 그쳤다면 프로그램 개편때마다 방송계에 있어왔던 의례적인 일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 ‘항의자’들은 PC통신에 방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항의운동을 펼쳤다.

또 온라인상태에 머물지 않고 실제적인 모임을 만들자고 나섰다. 천리안·하이텔·나우누리에 흩어져 있던 정은임 관련 동아리들이 한데 모였다.

방송사측의 ‘횡포(?)’에 맞서 원하는 방송을 듣고싶다는 ‘언론에 대한 소비자 주권선언’이 실체를 갖추게 된 것이다. 또한 PC통신의 ‘정보 권리장전’이 ‘언론 바로세우기’로 그 영역을 넓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이들이 모임을 꾸린지가 1년을 맞고 있다. 자신들의 주장을 MBC쪽에 관철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들 모임의 성과는 사실상 없다. 그러나 방송사라는 공룡을 상대로 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청취자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활동을 펴 온 것은 ‘일과성의 일’로 넘길 문제는 아니라는 평가다. 이들의 목소리가 PC통신이라는 ‘뉴미디어’에 담겼다는 점도 가볍게 봐서는 안될 듯 싶다. PC통신이 대안 언론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존재 자체가 운동’이라고 대답했다. 구체적 성과도 없고 ‘화제거리’ 이상으로 취급되지도 않지만 자신들의 존재가 갖는 의미는 적지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언론이 저지르는 문화에 대한 왜곡된 정책과 횡포에 대한 항의를 포기하면 그때야말로 진정으로 얻을게 없어진다고 이들은 믿고 있었다.
“존재하라, 그리고 항의하라”는 1년의 결과이지만 미래의 결실을 낳는 출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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