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MBC 제작진 기소와 작가 이메일 공개에 이어 'MBC 경영진이 총사퇴할만한 일'이라며 경영진 사퇴압박을 가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에 대해 엄기영 MBC 사장이 "매우 우려스러운 일로써 유감스럽고 어처구니가 없다"며 "퇴진 여부는 내가 결정하니 흔들리지 말고 일하라"고 22일 밝혔다.

   
  ▲ 엄기영 MBC 사장. ⓒMBC  
 
이날 엄 사장의 발언은 검찰과 조중동에 이어 청와대·여당까지 MBC 팀과 MBC 경영진에 대해 퍼붓고 있는 총공세에 정면으로 맞설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엄기영 MBC 사장 "이동관 'MBC 경영진 총사퇴' 발언, 어처구니 없어"

엄 사장은 이날 오전 임원회의에서 " 사건의 요체는 명예훼손 여부인데,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미디어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매우 우려된다"고 밝혔다고 MBC의 한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엄 사장은 "기소된 사건에 대한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은 부적절하고 어처구니없다"며 "권력의 핵심에 있는 사람이 언론사 사장 퇴진을 어떻게 말하느냐"고 비판했다. 엄 사장은 이어 "퇴진여부는 내가 결정한다"며 "임직원들은 흔들리지 말고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는 MBC를 만들기 위해 뚜벅뚜벅 나가자"고 밝혔다.

이날 임원회의에 참석한 사람들도 이 같은 취지의 엄 사장 발언이 있었다고 전했다. MBC의 한 임원은 "엄 사장은 회의 때 'PD수첩과 관련해서 (이 프로그램이) 광우병 위험성을 다룬 프로그램인데 왜곡했다는 수사결과가 나왔다. 여, 야, 청와대, 시민단체에서 여러 의견 표명도 나오고 있다'면서 '일각에선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미디어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본다. 결과적으로 명예훼손인 사건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임원회의서 당부 "청와대 대변인이 어떻게 언론사 임원 거취 언급하나…진퇴는 내가 결정"

그는 엄 사장이 "기소된 사건에 대한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로써 유감스럽고, 어처구니가 없다"며 "청와대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언론사 임원의 거취를 언급할 수 있느냐"고 말한 것은 맞지만 대내적으로 임직원들에게 한 것임을 강조했다.

임원들에게만 (청와대와 검찰의 MBC와 강공 드라이브에 대한) 속내를 비추면서 직원들에게 흔들리지 말고 일하라는 뜻으로 전달한 것이지, 대외적으로 유감을 밝히는 것은 자칫 충돌로 비춰질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엄 사장은 "임원들에게 (발언 내용을) 확인해보라"고만 언급했다.

"정치수사·미디어법 통과 수순이라는 지적 있어…현 상황 매우 우려스러워"

   
  ▲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실제로 지난 4월 엄 사장은 신경민 앵커를 하차시키는 등 권력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에 비춰볼 때 이날 임원회의에서의 발언의 강도는 매우 높았고, 현재 여권의 MBC 총공세 국면에서 단호한 입장을 천명했다는 게 내부의 평가이다.

앞서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검찰의 수사결과를 두고 "이것이 외국에서 일어난 일이면 경영진이 국민한테 사죄하고 총사퇴해야 되는 일"이라며 "작은  오보에도 책임지는데 하물며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무리한 편파 왜곡 방송을 했다는 것이 드러났는데 거꾸로 언론탄압이다, '정치수사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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