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전현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위험성을 보도한 MBC 수사결과를 18일 발표하면서 당시 제작진 중 한 명의 개인 이메일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해당 이메일을 공개하며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을 뿐 아니라 허위 내용을 방송한 의도를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법조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정부정책에 대한 결연한 비판적 입장'을 '허위에 대한 의도성'과 연결시키는 것은 사상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병두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일문일답에서 "기자들로부터 작가의 메일을 공개하는 게 적절했느냐는 지적을 들었다"면서도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악의나 현저히 공평성을 잃은 것을 입증하는 데 중요한 근거자료가 된다고 판단해 내부에서 많은 고민 끝에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 쪽은 또한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모든 사생활에 대한 것이면 그럴 수 있어도 범죄혐의와 관련된 것은 (공개)할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 1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회의실에서 정병두 1차장검사가 MBC 'PD 수첩' 사건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러나 이는 실정법을 어긴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메일 대외 공표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는 "검찰은 범죄구성요건과 관련된 것이므로 사생활이라 할지라도 공개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공적인 사안이라면 이 논리는 맞다"며 "하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도대체 이메일의 내용이 어떻게 범죄구성요건(의도성)과 관련이 있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예를 들어 앞으로 정부의 집시법 집행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메일을 주고받은 사람들은 그 메일이 집시법 위반의 의도성의 증거로 사용될 것을 감수해야 된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어떤 이슈를 집중적으로 추적한다는 것과 그것을 왜곡하려 한다는 것은 서로 관련이 없다"며 "결국 피의자를 여론재판 하려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이며, 이는 바로 피의사실공표죄 위반"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한 "이메일 압수수색이 전기통신사업법 54조3항에 따라 영장 없이 진행됐다면 큰 문제"라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이뤄졌다 하더라도 영장을 법원이 너무 쉽게 내준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도 "법원이 영장을 발부 받아 이메일을 압수하는 것은 재판과정에서 판사에게 제출하기 위한 것인데 이렇게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프라이버시권을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며 "검찰이 도대체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이사는 "검찰이 불법적인 행위를 할 경우 이를 기소할 방법이 없는 기소독점주의가 문제"라며 "이런 식이라면 검찰의 행동을 제어할만한 사회적 논의기구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그 해 상반기 국내 인터넷 포털 다음과 네이버에서 3306건의 이메일 압수수색이 이뤄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메일을 압수수색 당한 사실을 사용자 본인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지난 4월 수사기관이 개인의 이메일을 압수수색 할 경우 열람사실을 수사종료 30일 전에 본인에게 통지하도록 의무화한 박 의원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임시국회에서 통과됐지만, 개인의 이메일이 압수수색 될 위험성은 상존해 있다. 국내 대형포털의 한 관계자는 "수사기관 쪽에서 (압수수색 등의) 요청이 들어올 경우 이를 거부할 만한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해외에 서버를 둔 구글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지메일(Gmail)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요청 10여건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핫메일(hotmail)을 운영하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쪽도 국내 수사기관이 이용자의 이메일 내용 열람을 요청할 경우, 미국 법원의 영장을 가져올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응휘 이사는 "해외에 서버를 둔 업체라 하더라도 사안에 따라 이메일 열람이나 압수수색 요구에 응할 수도 있고 응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수사기관이 국내업체를 대하듯 국내법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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