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특별법’ 추진을 둘러싼 정부와 자치단체의 갈등에 대하여 언론은 한쪽의 주장만을 옹호하고 있으며, ‘신재벌정책’에 있어서도 재계의 반발에 더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공항 완공돼도 당분간 “낮잠”>(조선 4/29 1면머리), <‘신공항 촉진법’ 건교부-인천시 마찰, 진입도로 공사 차질>(조선 5/3 1면머리), <인천 서구청 ‘신공항 고속도’제동>(동아 5/3 2면5단), <대형국책사업 잇단 제동, 지자체 주민 개발 싸고 정부와 마찰>(한국 5/3 한국 사회머리) 등 국책사업을 둘러싼 정부와 자치단체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부각시키면서 <국책사업 정부주도 추진을>(중앙), (조선), <국책사업 특별법의 원칙>(한국), <국책사업과 지방자치>(한겨레) 등 사설을 통하여 ‘특별법’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자치단체의 참여를 배제하는 특별법은 지방자치시대에 역행하는 법률이 될 수 있는데, 언론의 ‘지역 이기주의’ ‘정부와 자치단체의 마찰’ 부각이 정부로 하여금 특별법 제정을 부추기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반면, 이에 반대하는 자치단체나 시민단체의 입장은 1∼2단 크기로 축소보도해 형평성을 상실하고 있다.

언론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회간접자본 확충이 시급한데, 지역이기주의 때문에 많은 국책사업들이 차질을 빚고 있으므로 ‘국책사업 특별법’을 제정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을 비판없이 보도하고 있다. ‘지역’의 이익보다는 ‘국가’의 이익이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 사회의 지배적인 공론이라 하겠다.

그러나 지방자치시대인 지금 자치단체의 입장을 무조건 ‘지역이기주의’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과 국가의 발전을 함께 보는 시각과 논리도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개발독재 논리에 따른 혜택이 어느 집단에게 돌아갔는가를 평가해 보면, 정부의 ‘국책사업 특별법’도 결국 대기업의 이익을 옹호해 주고 있으며, 이를 지지하는 언론도 자본의 편에 서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책사업 지연에 따른 손실’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개발이익의 분배’란 측면에서 문제를 접근하고 파악하는 노력이 아쉽다.

또한 대기업의 “경영투명성 제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신재벌정책에 대해서도 평가와 진단, 파급영향 분석 등 객관적인 접근보다는 재계의 반응 및 반발을 보도하는데 치우쳐 있다.

‘신재벌정책’은 ‘당근’과 ‘채찍’이란 양면성을 갖고 있는데, 언론은 실시가능성과 이를 통해 대기업 집단이 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의 개선여부 등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재계 ‘신재벌정책’반발>(동아), <”규제완화부터 먼저”-복수노조 등 반대>(조선), <복수노조 반대-신대기업정책 수정 주장>(경향)이라며 경총 및 전경련의 입장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언론은 ‘재벌개혁’을 통한 경제민주화, 선진경제 추진 등에 대한 여론조성보다는 정부와 재벌의 ‘불협화음’과 재계의 반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언론의 태도는 한국경제를 지배하는 대기업의 문제를 덮어두고 정부의 정책을 재벌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재계의 의도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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