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진 검찰총장이 퇴임식날 "지난해 '조중동 광고주 협박 사건'에서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됐다"고 밝혀 관련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일부 해당 신문사는 관련 발언을 누락해 보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 장관이 정연주 전 KBS 사장, PD수첩 관련 검찰 수사에 전방위로 개입한 의혹도 제기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관련 기사를 주요하게 보도한 한겨레는 6일자 3면 기사 <임채진 "법무장관이 '광고불매사건' 수사지휘권 발동">에 따르면, 임 총장은 지난 5일 퇴임식 전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 장관의)수사지휘권 발동은 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건으로 발동되는 게 있다. '조중동 광고주 협박사건'도 그렇다"고 말했다.

한겨레 "임 총장, 한국방송 사장·피디수첩 수사 머뭇…'윗선'의 질책 있었고"

   
  ▲ 6월6일자 한겨레 3면.  
 

또 한겨레는 "임 총장은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던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며 수사 지휘권을 발동해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이 물러난 것을 언급하며 '수사지휘권 발동이 강 교수 사건 한 건밖에 없다는 것은 천만의 말씀'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날 김경한 법부무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잦았다는 취지로 해석돼 논란이 일었고, 조은석 대검 대변인은 "불법 사금융 단속 지시 등과 같은, 문서에 의한 일반적 행태의 수사지휘"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 6월6일자 한겨레 2면.  
 
현재 검찰청법 제8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 무의 최고 감독자이나 정치적 공무원이기 때문에 검찰 사무가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일반적으로 지휘 ·감독할 수 있지만,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이 지휘 ·감독하도록 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상당수 언론보도는 대검 대변인의 해명과 달리 김경한 장관의 '이례적' 행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다. 한겨레는 같은 면 기사<임기내내 장관과 갈등설…"법무장관이 검찰총장" 나돌아>에서 "특히 촛불시위 파문 뒷수습과 '전 정권 흔적 지우기'에 검찰이 '총대'를 멘 데에는 청와대의 의중을 헤아리는 정무직인 김 장관이 있다는 관측도 파다했다"며 "김 장관은 '공안몰이'에 앞장섰지만, 검찰은 이를 따라가는 데 허둥대는 모습도 연출됐다. 임 총장이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이나 <문화방송> '피디수첩'에 대해 강제수사에 나서는 것을 머뭇거리면서 '윗선'의 질책이 있었고, 임 총장은 주변에 이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국 "법무 장관 지휘, 청와대 의중…KBS PD수첩 수사 등 정권 의도 개입 의혹"

   
  ▲ 6월6일자 한국일보 3면.  
 

한국일보도 1면 기사<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 받곤 했다>에서 <임채진 총장 "광고주 협박 사건 등…중수부 폐지 반대>로 부제목을 꼽았다. 한국일보는 3면 기사<각종 사정수사 '외풍' 의구심 일어>에서 "법무부 장관의 지휘는 청와대의 의중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어, 그 동안 검찰이 수사했던 조중동 광고불매 운동, 정연주 전 KBS 사장 사건, PD수첩 사건, 용산참사, 참여정부에 대한 각종 사정(司正) 수사 등에 정권의 의도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같은 기사에서 "임 총장은 '늘상(늘)은 아니지만 문건으로 발동되는 게 있다'고 말해 광고불매운동 뿐 아니라 다른 사건에도 광범위하게 수사지휘가 이뤄진 사실을 짐작케 했다"며 "실제 임 총장은 정연주 전 KBS 사장의 기소여부를 두고 강경파였던 김경한 장관과 상당한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3면 기사 <김 법무와 여러차례 '수사 갈등' 시사>에서 "임채진 검찰총장이 '흔들기' '치욕' 등 강경한 단어를 써가면서 그동안의 소회를 피력한 것은 전 정권이 임명한 총장으로서 겪은 설움과 울분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며 법무장관과의 갈등 원인으로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선·중앙·동아일보에 광고를 중단하도록 한 네티즌을 수사한 것도 법무부의 수사 지휘가 발단이 됐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도 1면 기사 <임채진 총장 "검찰총장하며 수없이 흔들렸다">에서 <임채진 퇴임 "조중동 광고주 협박사건 수사지휘 받아">라고 부제목을 꼽고 "임 총장은 그러면서 지난해 촛불시위 정국에서 검찰이 수사했던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광고주 협박 사건을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사례로 꼽았다"고 전했다. 

   
  ▲ 6월6일자 국민일보 1면.  
 

경향신문도 1면 기사 <임채진 "이쪽 저쪽서 많이 흔들었다">에서 부제목을 <검찰총장 퇴임식…"법무부 '광고중단' 수사지휘">라고 꼽고 "지난해 '조·중·동 광고중단운동' 사건 등에서도 법무부의 수사 지휘를 받은 적이 있다"는 임 총장의 발언을 전했다.

국민 "조중동 광고 중단 수사" 갈등 원인…중앙 사설 "임 총장 부적절한 퇴임 발언"

'조중동 광고주 불매 운동' 관련 임 총장의 발언이 논란이 됐지만, 해당 신문사인 동아일보는 관련 발언을 전했고 조선·중앙일보는 관련 발언을 누락해 보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 <"재임중 이쪽저쪽서 수없이 흔들어/중수부 폐지하면 부패공화국 될것">에서 "임 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도 언급했다. 그는 '(수사지휘권 행사가) 강정구 교수 사건 1건밖에 없었다는 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문건으로 나오는 게 있다'며 지난해 광고주 협박 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대검찰청 조은석 대변인은 '일반적 수사 지휘인 인터넷 유해환경 단속에 관한 특별지시를 내린 것을 말하는 것으로 당시 언론에 보도됐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8면 기사<"중수부 없애면 부패공화국 될 것">이라고 제목을 꼽고 부제목은 "정권 교체기 검찰총장은 참 희한한 위치였다 검찰은 더 겸손해져야 책임 공방 더 이상 없길"이라고 전했다.

   
  ▲ 6월6일자 조선일보 8면.  
 

중앙일보는 6면에 <"정권 교체기 총장은 정말 골치 아픈 자리">라고 제목을 꼽고 "임채진 전 검찰총장 퇴임식"이라는 부제목이 딸린 기사를 전했다. 특히 중앙일보는 "그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과 관련해 '과거 강정구 교수 사건 말고도 일반적인 수사 지휘는 있었다'"고 전했지만 '조중동 광고주 불매 운동' 발언은 전하지 않았다. 

특히 중앙일보가 사설<임채진 검찰총장의 부적절한 퇴임 발언>에서 임채진 총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지만, 여기서도 조중동 광고주 불매 운동 관련 발언을 누락한 것이 눈길을 끈다.

"임 전 총장은 퇴임식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에 대해 '과거 강정구 교수 사건 1건밖에 없었다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라며 '늘상은 아니지만 문건으로 내려오는 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년6개월 동안 수없이 흔들렸다'고 언급했다.…이런 미묘한 시점에 또다시 의혹을 부추길 만한 발언을 한 것은 적절하지 못한 처사로 여겨진다. 당장 민주당은 임 전 총장의 발언이 '양심선언'이라며 진상을 규명하라고 나섰지 않은가.…임 전 총장의 경우 만의 하나라도 재임 중 수사와 관련해 압력을 받았다면 검찰의 총책임자로서 그 즉시 전말을 밝히고 몸으로 막는 게 도리가 아니었을까.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소상히 밝히는 것이 떳떳한 자세다."

한편, 한겨레 2면 기사 <"조중동에 집중 광고한 기업 제품 불매">에서 지난해 촛불집회 때 누리꾼들의 조중동에 대한 광고 중단 운동을 이끌었던 '언론소비자 주권 국민캠페인'(언소주)이 조중동 광고 기업을 대상으로 8일부터 불매운동에 돌입한다고 밝혀 향후 조중동 보도에 귀추가 주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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