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총무국 비상계획팀 직원이 노조사무실에서 노동조합의 기밀서류를 훔쳐나오다 발각된 사건이 발생, 사측의 노조 사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사건이 사측의 노조사찰 관행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상계획팀 다른 직원의 제보가 접수돼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9시 55분경 총무국 비상계획팀 직원인 김 아무개씨(45)가 비상열쇠로 노동조합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 노동조합의 기밀 서류를 복사해 나오다 노조 간부에게 발각되면서 노조사찰 문제는 불거지기 시작했다.

사건 당사자인 김씨는 이번 절취 사건이 자신의 과잉충성에서 나온 돌발적 행동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비상계획팀장의 지시로 파업 당시 노조의 집회 내용을 보고한 사실을 인정하는 등 노조 사찰 활동이 회사측의 조직적인 활동이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김씨는 또 “이번뿐 아니라 매주 한번씩 노조 사무실에 몰래 들어갔다. 중요 사항이 있으면 비상계획 팀장에게 보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비상계획팀의 한 직원은 이번 사건이 결코 개인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닌 노조에 대한 비상계획팀의 조직적 사찰이라는 내용의 제보를 해 회사가 노조를 지속적으로 감시해 온 것이 사실임을 뒷받침했다.

이 제보자는 비상계획팀에는 노조정보수집담당이 이번 사건 당사자인 김 모씨 외에도 1명이 더 있다고 밝혀 비상계획팀내 노조사찰팀이 있음을 알려 주었다. 또한 그는 “칠판 메모, 일정표, 명단, 메일, 성명서 초안을 빼내기도 하고 책상을 열어보기도 한다.

만약 들키면 복사하러 왔다거나 불이 켜져 있어서 들어 왔다는 식으로 둘러대 모면해 왔다”며 실제 사찰 활동을 상세히 묘사하기도 했다.

그는 서류는 원래 제자리에, 금품은 손대지 않는 것을 노조사무실 사찰의 원칙으로 한다고 밝혀 치밀한 방법으로 노조사찰이 진행되었음을 지적했다.

노조는 이번 사건을 회사측이 지속적으로 노조의 정보를 빼간 증거로 보고 진상 조사에 들어 가는 한편 형사고발 등 강력한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간 노조는 파쇄기를 구입하는 등 각종 회의 자료가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유지에 주의해 왔으나 정보가 계속 유출되고 있다는 정황이 감지돼 사측에 의한 노조 사찰 의혹을 품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