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 보도를 방송사 가운데 가장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안팎의 비판을 받고 있는 KBS에서 최근 보도본부장이 현장 취재진에게 정부에 비판적인 조문객의 인터뷰를 빼라는 지시를 했다는 기자들의 폭로가 제기되자 27일 밤 김종율 보도본부장 등은 "인터뷰 내용이 정치적 선전구호 성격이어서 적절치 않아 내린 정당한 업무지시였다"며 해명에 나섰다.

이와 함께 KBS는 기자들과 시민들의 KBS 뉴스 비판의 방향과 달리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이틀간의 뉴스횟수와 뉴스시간이 자사가 가장 많았다는 양적 데이타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비판을 받아들이기보다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에 서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비판 조문객 인터뷰빼라'지시"에 김종율보도본부장 "정치적 선전구호…정당한 업무지시"

   
  ▲ 김종율 KBS 보도본부장. ⓒKBS  
 
이날 오후 KBS 기자협회가 성명을 통해 관급성 뉴스를 앞머리에 방송하는 등 노 전 대통령 서거 추모 보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추모현장에서 기자들이 취재거부는 물론 신변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며 뉴스제작과정에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관여 사실을 제기했다.

KBS 기자협회는 그 이유를 두고 "서거 둘째날부터 보도 수뇌부는 관련 뉴스를 드라이하게 다루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심지어 보도본부장은 정부를 비판하는 조문객의 인터뷰를 빼라는 지시까지 했다. 보도국장은 대표적인 추모 장소인 덕수궁 대한문 추모 현장의 중계차를 빼는 만행까지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종율 KBS 보도본부장은 이날 밤 "인터뷰 내용이 정치적 선전구호의 성격을 띠고 있어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른 정당한 업무지시였다"고 강선규 홍보팀장을 통해 밝혔다.

"덕수궁중계차 빼라"에 고대영 보도국장 "핵실험 보도로 대검중계차로 대체"

고대영 보도국장도 강 팀장을 통해 "덕수궁 앞에 중계차를 외교통상부로 돌리라고 지시한 것은 갑작스런 북한 핵실험에 따라 외교부의 중계차 배치가 시급했던 상황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덕수궁 앞 중계차를 전환 배치하라고 지시했던 것"이라며 "곧이어 덕수궁 앞에서는 대검에 배치돼있던 중계차를 즉시 이동 배치하라고 지시했으며 이 같은 중계차 운용은 정당하고 적절한 업무지시"라고 했다.

강 팀장은 "김 본부장과 고 국장은 기자들의 성명에 매우 격앙돼있으며, 허위의 내용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부분에 대해 엄중한 대내외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본부장은 앞서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선 "성명에 나온 대로 쓰라. (하지만 그건) 기자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답한 뒤 '사실이 아닌가'라는 물음에 "뭐가 사실이냐"며 부인한 뒤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고대영 보도국장은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받질 않았다.

KBS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틀간 방송량 가장많아"

   
  ▲ 27일 KBS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방송과 관련해 발표한 보도자료.  
 
KBS는 이날 저녁 보도자료를 내어 "노 전 대통령 서거일인 23일과 24일 양일간의 방송 시간을 조사한 결과 KBS는 904분으로 MBC의 824분, SBS의 643분보다 많았다"며 "속보와 특보가 모두 12회 630분으로 타사의 447분, 376분보다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는 젊은 기자들과 시민들이 제기한 KBS의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방송의 문제점에 대한 설득력있는 반박이 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자들과 시민들은 시민들의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려는 정서를 제대로 반영하지도 못했으며, 그 순서조차 시민들이 시작한 자발적인 분향소 설치에서 추모 열기가 확산됐음에도 정부인사들이 정부가 마련한 분향소를 찾은 뉴스를 먼저 배치함으로써 민심에 이반했다고 비판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KBS는 되레 KBS의 1TV와 2TV 채널 두개를 합쳐 MBC나 SBS 보다 많이 방송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국민의 소중한 수신료로 운영하는 KBS가 국민들에게 답변하는 적절한 태도인지 의문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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