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매일 20건 이상의 특집 뉴스와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는 방송사 가운데 KBS의 보도와 방송은 안팎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26일 KBS PD협회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 23일 <무한도전> 등 오락프로그램을 긴급 대체 편성한 MBC와는 달리 KBS는 오락프로그램을 그대로 내보냈다.

저녁 오락 프로그램 시간에 <다큐멘터리 3일> 재방송이 나가기로 결정되자, 제작진은 지난해 5월 같은 프로그램에서 방송된 ‘대통령의 귀환 - 봉하마을 3일의 기록’편이 나가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지만 편성본부는 이후에 내겠다며, 같은 프로그램의 다른 방송분을 편성했다고 KBS PD협회는 전했다. 그러나 이마저 방송되지 못하고, 코미디 영화 ‘1번가의 기적’이 방송됐다.

KBS PD협회는 “<KBS스페셜> 제작팀이 24일 긴급방송을 하기로 결정하고, PD를 급파했는데 편성에서는 일요일 밤 8시 <KBS스페셜> 시간에 <뉴스특보>를 내기로 했다고 통보해, 취재는 하루 만에 중단됐다”며 “하지만 <8시 뉴스특보>조차 취소돼 <KBS스페셜> 시간에는 ‘차’에 대한 내용이 긴급 방송돼 MBC SBS가 노 전 대통령 서거 뉴스를 하는 시간대에 KBS는 1·2TV 모두 이를 외면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취재하고도 방송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KBS PD협회는 “국민들은 KBS 간부들의 결정을 매순간 엄정하게 평가할 것”이라며 “또한 후배이자 동료인 PD들이 두 눈 똑바로 뜨고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에 있어서도 KBS는 서거 당일 <뉴스9>를 특집으로 2시간 방송했지만 24일(일요일)부터는 정규시간으로 전환했다. 톱뉴스를 ‘노 전 대통령 국민장 거행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배치하는 등 ‘봉하마을 조문’ 소식(10번째)이나 ‘시청앞 대한문 거리 분향소‘ 소식(15번째)은 뉴스 시작 10여 분이 지난 뒤에야 방송됐다.

반면 23일(3시간)에 이어 24일도 메인뉴스 시간을 늘려(2시간) 방송한 MBC는 <뉴스데스크> 톱뉴스부터 4번째 뉴스까지 (‘이 시각 봉하마을’ ‘유가족들 하염없는 눈물’ ‘봉하마을 조문 줄이어’ ‘덕수궁 분향소‥온종일 추모 물결’ ‘강남역, 조계사 등 곳곳 추모 인파’ 등 시민들의 추모 움직임을 비중있게 다뤄 KBS와 뉴스를 배치 시각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SBS <8뉴스>는 ‘덕수궁 돌담길 따라 추모행렬’을 12번째 리포트로 내보냈다.
KBS는 23일 <뉴스9>에선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확정되지도 않았지만 이날 클로징 멘트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가족과 장례위원들은 오늘 저녁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해 오보를 내기도 했다.

이날 밤 SBS(<보도특집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영광과 역경 63년>)와 MBC(<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특집>)는 노 전 대통령 서거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긴급 편성해 방송했지만 KBS는 방송하지 못하고 하루 늦게 방송했다. MBC는 24일 <시사매거진 2580>에선 노 전 대통령 서거를 큰 주제로 ‘봉하마을에선..’ ‘도전과 승부’ ‘그가 남긴 것’을 방송한 데 비해 KBS는 같은 시각 <취재파일 4321>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영욕의 삶’으로 내보내 방송량과 노 전 대통령을 보는 시각에서도 차이를 드러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25일 KBS는 <뉴스9>를 2시간 동안 방송하면서 71건 중 39건을 핵실험 소식으로 다뤘다. MBC도 <뉴스데스크>에서 북한 핵실험 소식이 22건 노 전 대통령 서거 관련 보도 21건이었고, SBS <8뉴스>는 각각 24건과 19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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