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한 큰 책임이 언론에 있다는 건 여기 나온 시민 대다수가 알 정도로 당연한 말이다."(이승은·회사원)
"검찰이 흘린 정보로 사실 확인없이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비리집단'인 것처럼) 대서특필해 일반인들이 사실로 인식하게 한 점에서 노 전 대통령에 큰 상처를 줬다고 본다."(오영석·회사원)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시청앞 대한문 앞엔 사흘째 줄을 잇고 있는 추모객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검찰과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덕수궁 거리 추모객 "25만 명 돌파"…노 전 대통령 서거 검찰·조중동책임론 한목소리

   
  ▲ 25일 서울 시청앞 대한문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 조문하러 온 추모객들. 이치열 기자 truth710@  
 
   
  ▲ 25일 서울 시청앞 대한문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 조문하러 온 추모객들. 이치열 기자 truth710@  
 
   
  ▲ 25일 서울 시청앞 대한문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 조문하기 위해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는 추모객들. 이치열 기자 truth710@  
 
   
  ▲ 노 전 대통령이 노동-인권변호사 시절 각별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대우조선해양 직원들도 대한문 앞을 찾아 조문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밤 11시까지 덕수궁 대한문 앞에만 무려 25만 명(25일 새벽 4시까지 14∼15만 명, 밤 11시까지 10만 명)에 이르는 인파가 노 전 대통령을 조문하러 온 것으로 추산했다고 최형호(50대 자원봉사자)씨가 밝혔다.

최씨는 "언론의 책임이 매우 크다. 그 가운데 조중동의 보도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사실상 직접적인 살인행위를 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며 "전직 대통령에 대해 예우는커녕 여론몰이에 급급했다. 이건 정치적 타살이다. 노 전 대통령이 이 길 외엔 선택할 수 없게끔 한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함께 자원봉사를 하는 이재교(40대)씨는 "조중동을 제외하고는 얼마든지 취재를 보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러 인사들이 함께 뜻을 모아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차렸다는 문종석(40)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개인들이 의견을 내어 자발적으로 분향소를 만들게 됐다. 첫날 시청에 분향소를 차리려 했는데 경찰이 버스차벽으로 틀어막아 대한문 앞으로 옮겼다. 그랬더니 여기도 강제철거를 하려 했다. 천막을 압수해가는 바람에 지붕도 없이 영정사진을 놓고 추모했다. 현 정부가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겠다는 게 이 정도"라고 말했다.

"조중동 전직 대통령 예우는커녕 여론몰이 급급…확인 안 된 피의사실 보도해 상처"

문씨는 언론에 대해 "언론은 신뢰할 수 없다"며 "KBS의 경우 지난 연말 보신각 타종행사 때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고, 그 뒤에서 주요 현안에 대해 분명하게 문제를 짚지 않고 넘어가는 식의 보도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 25일 대한문으로 향하는 태평로 옆 가로수에 시민들이 KBS 비판대자보와 보수일간지 절독캠페인 스티커를 붙여놓았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문씨는 이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시민들이 구타·연행됐을 때 서울 하이페스티벌 망쳤다는 점만 나무라는 방송을 했다. 폭력이 우려되는 집회를 금지하겠다고 했을 땐 정부입장 위주로 보도했다. 정권의 나팔수나 다름없었고, 시민들이 원하는 보도는 축소했다. 언론이 정확하고 공정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째 분향을 한 오영석(39·회사원)씨는 "언론이 책임이 있다. 검찰이 흘린 정보로 사실 확인없이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비리집단'인 것처럼) 대서특필해 일반인들이 사실로 인식하게 한 점에서 노 전 대통령에 큰 상처를 줬다고 본다"며 "이 중 조중동과 KBS의 책임이 크지만 다른 신문도 마찬가지다. KBS는 사장이 바뀌고 난 뒤 논조가 180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오씨는 '분명한 근거 없이 검찰 책임론을 몰아붙이거나,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갈등을 부추기는 것'(중앙)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사회혼란 조성의 기회로 삼으려는 불순한 의도에 공감하지 않는다'(동아) 등의 사설을 쓴 데 대해 "조중동은 최소한 양심이 있다면 장례기간 중에는 그런 식으로 얘기해선 안 된다"며 "엄숙히 추모행렬과 열기를 보도하진 못할망정 찬물을 끼얹어선 안 된다. 결국 자신들에게 그 화살이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모기간 동안만이라도 찬물끼얹지 말아야…시청광장 개방해야"

오씨는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한 시민들의 추모열기가 식을 줄 모르는 것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공과 과를 논할 수 있으나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서민적이었고, 서민을 이해하는 대통령이었다는 데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평가면서도 "경찰이 버스차벽으로 또다시 시청 광장을 에워싸고 있고,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은 오늘 차벽으로 에워싸서 포근하다는 망발을 하기도 했다. 이는 되레 추모열기에 기름을 부은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추모기간이 끝난 뒤엔 이명박 정권과 검찰이 아무런 자성없이 국민들을 또 탄압에 나선다면 국민들은 슬픔이 정권에 대한 분노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지난해 여름보다 더 크게 타오를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1차적으로 자성하는 모습은 시청 광장을 개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은(27·회사원)씨는 "노 전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한 큰 책임이 언론에 있다는 건 여기 나온 시민 대다수가 알 것"이라며 "'언론책임론'이라는 말이 허무할 정도로 당연한 말"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방송의 경우 MBC를 빼면 다 똑같다. KBS만이 아니라 SBS도 마찬가지"라며 "특히 지난해 KBS 사장이 바뀌려할 때 왜 무관심했는지 후회된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의한 촛불에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까지 조중동 등이 이렇게 국민들로부터 크나큰 불신을 받고 지나가게 되면 언론은 결국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25일 밤, 퇴근한 시민들로 덕수궁 돌담길 아래 추모객 행렬은 점점 더 길어져 이화여고까지 이른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추모객들이 자원봉사자들의 인도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자신의 헌화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추모객. 이치열 기자 truth710@  
 

"언론책임론 너무나 당연…국민에 큰 불신 쌓여가면 생존 문제 직면할 것"

윤지영(27·회사원)씨도 "언론은 국민을 바보로 알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승은씨는 검찰에 대해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특히나 검찰에 많이 화가 난다. (정권에) 알아서 기는 문화가 너무 싫다. 어떻게 산 사람을 그렇게 파헤치기식 표적수사를 할 수가 있나. 자기들 떡값 받은 것부터 파헤쳐야 맞지 않느냐. 혐의가 확정되지도 않은 것을 무차별적으로 공개해 혐의가 사실인 것처럼 유도했다. 그렇게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면서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니 꼬리를내리지 않느냐."

오찬종(48·사업주)씨는 "과거 대통령들에 비하면 노 전 대통령의 비리는 큰 비리로 볼 수도 없다"며 "이미 이명박 정부는 BBK 수사를 통해 도덕성을 상실했는데 그런 정부가 노 전 대통령을 그렇게 몰아갔다"고 말했다.

오씨는 "난 노 전 대통령에 투표하지 않았지만 (서거한 것을 보고)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며 "사업하면서 우리나라 앞날이 너무나 걱정되고, 이명박 정부가 과연 이렇게 임기를 마칠 것인지 걱정스럽다"고 개탄했다. 오씨는 언론에 대해 "국민들이 살아 있는 한 문제가 있는 신문들은 앞으로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아래 주소로 가시면 25일 대한문 앞 추모현장 사진을 더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1View.html?idxno=79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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