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재상정 예정인 통합방송법에 대한 토론회가 처음으로 열렸다.

한국방송비평회와 여의도클럽 공동주최로 지난 5월3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학계과 언론계, 기업 등 관계자 2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부와 언론계, 학계 인사 20여명이 토론자로 나서 각자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복잡하게 얽힌 통합방송법의 가닥을 잡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정부 주무부서인 공보처의 이성언 신문방송국장이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나와 주요 쟁점사안에 대한 주무부서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방송위원회의 조직과 기능

발제자인 변동현 교수(전남대 신문방송학과)는 미국의 FCC를 모델로 제시했다. ‘준 사법, 준 입법, 준 행정적 기능을 가진 독립규제기관’이라는 것이다. 이를 모델로 한 방송위원회에 방송허가와 재허가권(지상파, 케이블, 위성, 뉴미디어 등 포함)을 공보처에서 넘기자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방송위원회는 △KBS, MBC, EBS의 이사 추천권 △방송정책 연구, 수립 및 집행권 △방송발전기금 심의 및 관리 △외국프로그램의 편성 비율 결정과 수입 추천권 등을 갖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위원회 위원수도 12∼20명 정도로 늘려 공적 토대를 마련하고, 구성도 국회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 ‘국회추천―대통령 임명’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성을 감안해 3∼5명 정도의 상임위원을 두며, 막강한 권능을 갖게되므로 국회의 정기적인 감사 및 청문회를 통한 감독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석호교수(홍익대 법학과)는 “규제와 정책을 동일시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한 뒤 “미국의 경우에서도 정책부서는 따로 있고, FCC는 규제를 담당한다”고 말했다. 특히 위원회 구성에 있어서도 국회추천 뒤 대통령 임명 방식일 경우 규제기관으로서의 전문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성언 공보처 신문방송국장도 “기본적으로 이같은 논리는 3권분립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방송위가 면허권을 가질 경우 행정부처가 되는데, 이를 국회가 구성한다면 헌법을 바꿔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박흥수 EBS원장도 “FCC는 본디 정부 행정기관 성격이기 때문에 현 공보처 기능을 FCC같은 기관에 맡긴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신문사의 위성방송 참여

변 교수는 “이론적으로 재벌의 언론사 교차소유나 언론사의 언론매체 집중은 민주사회의 다원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며, 여론독점의 위험성이 따른다”고 전제한 뒤 이때문에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재벌과 신문사의 위성방송 참여를 원천적으로 제한한다는 것은 너무 폐쇄적”이라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즉 위성채널이 12개 이상이나 된다는 점과 국제적 경쟁력이 담보돼야 하다는 점, 독립적 방송위가 운영의 파행성을 감시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된다면 어느 정도 참여를 개방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 교수는 “방송자본의 이데올로기 측면도 중요하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적절히 고려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위해서는 매체가 시장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적정한 선에서의 독과점 구조를 마련해 주는 것도 정책상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PD연합회 이규환 회장과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이형모 위원장은 “진정한 경쟁력은 채널이 아닌 프로그램에 달린 것”이라고 지적하고 “재벌이 진정으로 국가경쟁력을 생각한다면 프로덕션을 설립해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공급해주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보처 이 국장은 “대기업과 신문에도 선택과 경쟁의 자유가 있다”고 전제하고 “위성방송 참여 문제는 전면 허용이나 전면 불가 가운데 선택할 사안이 아닌 폐해 최소화를 위해 어느 부분에 어떻게 제한을 가할 것인가가 고민돼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특히 이 국장은 “‘통합방송법’ 제정은 기존 방송법과 유선방송법이라는 두 개의 법률을 하나로 묶는 것이며, 이 과정에 위성방송이나 뉴미디어를 추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기존 법률의 연속선상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국장은 “이 때문에 기존 유선방송법에서 대기업의 PP(프로그램 공급자)참여가 허용돼 있는 마당에 새 법률이 이를 다시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대기업 및 신문사의 위성방송 참여에 대한 기존 방침이 새롭게 바뀌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기타 쟁점 사안

SO(종합유선방송국)와 NO(전송망사업자)의 교차소유, MSO에 대한 대기업 참여 문제 등에 대해 변 교수는 “독점과 집중을 완화하면서 뉴미디어들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NO의 교차소유는 탈규제화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성방송이나 민방의 현행 개인소유 지분 한도 30%는 사실상 경영분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므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난 30년간 성장해온 중계유선방송이 부처간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보다 전향적인 입장에서 제자리를 찾게 해주는 방안이 통합방송법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국장도 “MSO는 허용할 방침이며, 기존사업자에게 우선권을 준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기업측에서 유일하게 참석한 삼성영상사업단 최홍성이사는 “SO 운영에는 막대한 자금과 경영능력이 요구되는 만큼 대기업의 참여가 보장돼야 하며, SO의 NO사업 참여 허용, PP의 위성방송 참여 허용 등도 통합방송법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이사는 특히 “PP사업자에게 채널사용권자로서의 권리는 보장하지 않은 채 규제와 의무만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하면서 PP의 위성방송 참여 허용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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