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3년 정부가 법 제정을 시도했다가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근로자 파견법 논란이 재현될 전망이다.

정부와 재계가 노사관계개혁위원회 안에서 경영 효율증대와 노동력 수급구조의 개편을 명분으로 근로자
파견법 제정을 강하게 제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근로자 파견제는 인력공급업체가 고용한 노동자를 다른 사업체에 파견시켜 그 기업체의 지휘, 명령에 따라 부여된 업무를 수행토록하는 제도. 일본, 프랑스 등 선진 국가들이 이 근로자 파견제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을 정부와 재계는 근로자 파견제 도입의 또다른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근로자 파견제 도입 주장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공급업자의 ‘알선 수익’으로 파견노동자의 임금수준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근로자 파견업이 전면적으로 시행될 경우 전반적인 고용구조의 변화를 초래,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태롭게 하고 결과적으로 노동조합 활동 자체도 크게 약화시킬 소지가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과 직업안정법은 영리목적의 사설 근로자파견등 ‘중간착취’를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노동조합에만 국내 근로자공급사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항만 용역 서비스 인력을 공급하고 있는 인천항운노조가 법에 따른 대표적인 근로자 공급사업자이다.

그러나 일용직이 많은 건설용역업등의 분야에서 공공연하게 사설업체에 의한 불법, 혹은 편법적인 근로자파견이 이뤄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정부와 재계는 이같은 음성적인 근로자 파견을 합법화하고 전면화하자는 주장이다.

지난 93년도 노동부가 발표한 ‘근로자공급사업지도 결과’를 보면 이들 파견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이 정규직 노동자들보다도 20-30%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견업체들이 중간에서 챙긴 알선료및 수수료등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 음성적인 공급업체들이 수요업체들과 체결하는 계약 자체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사설업체에 의한 근로자 파견업이 합법화된다면 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중간착취’는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 노동계의 분석이다.

노동계는 또한 파견 근로자가 늘어날 경우 필연적으로 야기될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문제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93년 실시한 근로자 파견업 실태조사는 시사적이다.

기업체를 대상으로 파견 노동자 고용목적을 물은 결과 ‘일시적 수요 대응’이란 응답은 22.4%였던데 반해 ‘임금 복지, 교육비용의 감소‘ 라고 응답한 기업체는 46.7%에 달했다. 사업주들이 ‘조건만 허락한다면’ 정규직 노동자들 보다는 저임금 등 고용조건에 부담이 없는 파견 노동자들을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이 위협받는 상황은 노조의 조직력 약화로 귀결될 것이 불보듯 명확한 만큼 근로자 파견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기도 하다.

노동계는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의 근로자 파견제는 우리와 그 배경과 목적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외국의 제도들은 오히려 기업주들의 전횡을 막고 파견 근로자들의 고용조건을 안정시키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은 파견 근로 적용 대상을 전문직 16개 업종으로 국한해 파견제에 의해 노동조건이 악화될 소지가 많은 단순 노동은 파견업종에서 제외하고 있고 파견 기업주와 사용업체에 대한 의무규정을 강조하고 있다. 독일은 노동자들의 파견 기간을 6개월로 제한하고 있으며 파견노동자와 파견사업주, 사용업체의 계약은 반드시 서면으로 남기도록 하고 있다.

즉 외국의 근로자 파견법은 ‘규제적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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