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휴가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재계의 주장에 대해 노동계는 “모성보호의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94년 정부와 재계는 △생리휴가제도는 여성에 대한 과보호 조항으로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이를 입법화 한 국가가 없고 △당초의 법 제정이 여성보호였으나 임금의 보충수단으로 전용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를 폐지하는 대신 산전후 휴가일수를 늘이는 것이 타당하다며 지속적으로 유급 생리휴가제도의 폐지를 주장해 왔다.

최근까지도 이같은 정부와 재계의 입장에 변함이 없고 보면 이번 노사관계개혁위원회 내에서 유급 생리휴가 폐지를 둘러싼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는 우선 “유급 생리휴가제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여성 과보호 조치이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재계의 주장에 대해 주요 선진국의 유급병가제도를 예로 들어 반박하고 있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현재 남녀 구분 없이 월 1일(독일은 3일) 이상의 유급병가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데 재계가 굳이 외국의 근로조건 규정을 근거로 생리휴가제도의 폐지를 주장한다면 이같은 외국의 유급병가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또한 유급 생리휴가 제도가 모성 보호라는 법 제정 취지를 벗어나 여성 노동자들의 임금 보충 역할로 변질되고 있다는 재계의 논리는 앞뒤가 전도된 주장이라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정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더라도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 노동자들에 비해 상당히 열악한 저임금 노동에 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94년 노동부의 임금구조 기본통계조사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노동자의 평균 임금총액은 남성노동자의 그것에 56.8%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대부분 여성노동자들이 생리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수당으로 지급받는 데는 이같은 낮은 급여수준을 보완키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94년 서울여성노동자회가 여성노동자 1천2백48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가운데 33.2%만이 이를 휴가로만 사용하고 있다고 대답한 데 비해 주로 수당으로 지급받고 가끔 휴가로 사용한다는 응답자는 41.4%에 달했다.

이에 재계가 “법 제정 취지의 변질”을 운운하기에 앞서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저임금 구조 개선을 위한 실질적 조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 입장이다.

이에 덧붙여 유급생리휴가 등이 오히려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을 저해하고 있다는 일부 학계의 주장은 경제논리에 집착해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적 고용 불평등 현실을 고려치 않은 것이라는 반박도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숫적으로 우위임에도 불구하고 (여성 1천7백41만, 남성 1천6백39만) 실제 취업 비율은 남성(76.6%)에 비해 훨씬 낮은 것(49.1%)으로 나타났다.

노동계는 또 재계가 생리휴가제도의 폐지와 산전후 휴가 문제를 연계시키는 데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정부가 국제수준에 맞게 노동법을 개정하려 한다면 국제노동기구(ILO)규정 103호에 맞게 최저 12주를 보장하는 것은 당연하며 생리휴가 폐지는 이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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