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정해숙)이 오는 28일 창립 7주년을 맞는다.

지난 89년 5월 한양대에서 첫 깃발을 올린 이후 지금껏 법외 노조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전교조의 교육개혁을 위한 헌신적 활동은 교육계 뿐 아니라 국민 대다수에게 인정받고 있다.

전교조는 올해 합법화 실현을 위한 투쟁을 본격화하는 한편 교사들의 경제적 지위 향상과 교육환경 개선을 주요 사업 목표로 잡고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전교조의 최대 현안인 합법화 문제를 비롯, 이후 활동과 관련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지적이다.

정해숙 전교조위원장을 만나 창립 7주년을 맞은 전교조의 성과와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전교조 활동에 대한 평가와 올해 주요 사업 계획은.

“무엇보다 전교조가 교육 대안세력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온갖 탄압과 고통속에서도 국민들과 제자들의 지지와 성원에 힘입은 바 크다.

올해 전교조는 교사의 처우 개선과 교육환경 개선에 보다 역점을 두고 사업을 펴나갈 계획이다. 지금 현장 교사들의 교육 환경은 상당히 열악한 상태다. 생활기록부 정리를 비롯, 각종 문서 작성 등 잡무에 시달리다보면 학생들을 상대로 한 교수활동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많다. 교사들의 처우 개선은 단지 급여 액수를 얼마간 높이자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정부, 자주적 단결권 보장해야

―교사들의 처우 개선 노력이 자칫 임금 인상 등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하는 견해도 있는데, 현장 교사들의 반응은 어떤가.

“일부 교사들이 그같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전교조가 교사 처우개선 문제를 제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 현장의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이다. 교사들의 처우 개선 문제는 결국 교육의 질과 직결돼 있다. 현재 우리나라 법정 교사 비율은 85%수준에 머물고 있다.

많은 학교에서 교사가 모자라 국어과 교사가 가정을 가르키는 등 중복 수업 체제가 운영되고 있다. 교사들은 이에 더해 문서 작성 등 부가된 잡무로 인해 본연의 업무인 교수 활동을 어쩔 수 없이 등한히 하는 일이 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원 확충 등 교사의 처우 개선이 우선 해결돼야 하고 그렇기 위해선 충분한 교육재정 확보가 필수적이다.”

―지난달 중순께 한국교총에 교사 지위향상과 관련된 공동사업을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전교조의 교육이념인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사람 양성’ 취지에 따라 비록 입장은 달라도 교사의 처우 문제인 만큼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교총측에 공동사업을 제안했었다. 그러나 교총측이 비공식 통로를 통해 공동사업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와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

―지난번 전교조 중앙위원회는 정부에게 해직교사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는데.

“지난 93년 1천3백여명의 교사들이 복직되긴 했으나 신규채용 방식으로 이뤄져 해직 당시부터 복직될 때까지 5년여 기간의 급여 등을 전혀 지급받지 못했다. 89년 교사들이 해직될 당시의 권력 최고책임자가 최근 부정비리로 인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부정한 정권에 의해 부당하게 해직된 교사들의 복직문제는 당연히 원상회복을 통한 권리 회복조치로 이어져야 한다. 미복직된 2백50여명 교사들도 원상회복돼야 한다.”

―제3세력이라고 불리는 교원단체 결성 움직임이 있는데 이같은 흐름에 대한 전교조의 입장은.

“지금과 같은 노조 형태로는 교사운동이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교총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자주적 단결체인 노조가 아닐 경우 일일이 정부 간섭을 받아야 한다. 이는 자주적 단결권 확보만이 참교육 실현의 필수조건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노조를 선택한 것이고 그 원칙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 우리는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교사가 주인으로 바로서야 한다

―노사관계개혁위원회 위원장에 평소 교사 신성론을 주창해 온 현승종 전 교총 회장이 임명됐다. 그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교사가 노동자로 전락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고 말해 전교조 합법화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는데.

“지난 시기 비정상적 노사관계를 규정하던 노동악법 개정 논의를 책임져야 할 조직의 대표가 그같은 발언을 한 데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현위원장의 발언은 이번 노개위에서 전교조의 합법화 문제가 부정적으로 다뤄질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당초 지방 시도별로 치르러 했던 창립기념 전국교사대회를 서울로 집중해 개최하기로 했다. 교사들의 전교조 합법화에 대한 의지를 만천하에 알리기 위함이다.”

―지난 10일 교육민주화선언 10주년을 맞았다. 지금도 시점에서 교육민주화선언이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는지.

“전두환 정권 당시 교사들은 독립선언을 낭독하는 심정으로 교육민주화선언에 임했다. 그만큼 상황이 엄혹했던 것이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교육 환경은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유신시절 제정된 교육·노동 악법들이 그대로 잔존해 교사들의 자주적 단결을 가로막고 있다. 결국 교육민주화선언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김영삼 정부의 교육 개혁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외형적으로는 개혁을 표방하고 있으나 내용적으로는 전혀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교육을 개혁하겠다면서 교육의 주체인 교사와 학부모를 개혁 작업에서 배제하고 있다. 위에서 결정된 것을 아래로 내려보내는 식이다. 이는 아무리 좋은 개혁이라해도 현장의 변화를 추동할 수 없다. 외형상 교육 개혁이 이뤄진듯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

현 정부가 진정한 교육개혁을 원한다면 교사들의 자주적 단결권을 보장해야 한다. 나라의 장래를 짊어진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선 교사들이 먼저 주인으로 서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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