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당국이 좌경척결 방침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시국관련 구속자들이 급증하고 있어 정부당국이 진보적 성향의 재야·사회단체들을 상대로 공안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7일 이수성 국무총리가 치안관계 장관회의에서 “폭력시위와 좌익세력을 엄단하라”고 지시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10일에는 박일용 경찰청장이 지방경찰청 경비과장회의에서 좌경세력 엄단을 발표했다.

같은달 17일 최병국 대검공안부장은 공안 유관부처 회의에서 “자유민주체제 위협세력의 활동실태가 위험수위를 넘었다”며 대공수사력 강화를 지시했으며 27일에는 서울지검 공안부가 이적표현물 특별단속반을 구성해 좌익 인쇄물을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부 발표가 있은 뒤 지난달 30일 해방노동자통일전선 사건으로 5명이 구속됐다. 이에 앞서 29일에는 나라사랑청년회 사건으로 3명이 검거됐고 25일에는 전학투련 관련자 2명이 구속되는 등 지난 5월 한달 동안 6개 조직사건이 발생해 39명이 구속됐다.

한편 민가협이 최근 조사, 발표한 올해 1월부터 지난 5월까지의 시국관련 구속자 2백33명 가운데 4·11총선이후부터 5월30일까지 시국관련 구속자들의 숫자는 모두 1백20명으로 전체 구속자의 절반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초부터 지난 4·11총선까지의 구속자는 1백13명이다.

이들 시국관련 구속자 가운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사람들은 모두 1백26명으로 전체 구속자 2백33명의 54%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들 국가보안법 구속자들 가운데 조직사건에 연루돼 검거된 사람이 85명에 이르렀으며 그중 애국동맹(92년 사건 발표), 사노맹(92년 사건발표) 등 6개조직사건 관련자 33명은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4년전에 일단락된 사건들로 검경이 이를 재수사해 구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4·11총선 이후 시국관련 구속자 급증에 대해 재야 사회단체들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정부당국의 좌경척결 발언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의 김성회 선전국장은 최근의 구속자 급증현상과 관련해 “총선에서 예상외로 선전했다고 판단한 정부당국이 최근 좌경세력 척결을 주창하면서 신보수주의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 안정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정부 비판적 사회단체들을 좌경으로 몰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의 김경남 사무국장은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양심수 문제는 계속 제기됐다”며 “그러나 최근 국가보안법 관련 구속자들이 늘고 있는 것은 과거 공안정국과 흡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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