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매체에는 등장하는 여성은 주로 어머니와 아내다. 지난해 여성유권자연맹은 5개 중앙일간지를 모니터한 뒤 여성의 역할을 주로 가정과 가사에 한정하고 있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여성의 역할을 ‘아내’와 ‘어머니’로 제한하는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자극적이고 선정주의적인 보도경향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많은 여성이 농락당한 사기사건을 ‘한국판 카사노바’등의 제목으로 보도, 사회성있는 주제를 왜곡하고 독자들의 판단기능을 마비시킨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TV드라마도 마찬가지다, 남성은 대개 주체적으로 그려지는 반면 여성은 의존적이고 감정적으로 묘사한다. 지난해 화제를 뿌렸던 MBC ‘호텔’에는 수민이란 여성이 나온다. 수민은 능력을 인정받아 젊은 나이에 홍보실장까지 된 여성이지만 그가 능력있게 업무를 처리하는 장면은 거의 없다.

오히려 자기주관이 없이 권력있는 남성들에 의해 타율적으로 조종되는 자동인형으로 그려져 시청자들에게 능력있는 여성도 남자앞에서는 순종할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얼마전 방영이 끝난 KBS ‘프로젝트’에 일하는 여성으로 나온 차기자 역시 기자로서 일하는 모습은 거의 없고 주인공 형우를 쫓아다니는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바람은 불어도’의 경우 가부장적 위계질서와 그것에 순응하는 여성을 ‘아름다운 미덕’으로 보여주고 있다.

광고의 경우는 여성의 성적 이미지를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 ‘한국무선호출협회’는 015 삐삐 사용료를 내렸다는 뜻에서 여성의 청바지를 발목까지 내리게 하고 있다. ‘종합유선방송협회’는 배꼽을 드러낸 가죽의상의 여성이 ‘30개 채널의 유혹’의 시선을 리모콘으로 쏘아보내고 있다. 여성을 성적대상화하여 제품을 연상시키는 수법이다. 광고문구도 ‘섹스어필’을 노린게 많다. “내 몸에 꼭 맞아요” “못 생겨도 맛은 좋아” “새댁은 좋겠네. 신랑이 잘 빨아주니까” 등이 그것이다. 제품광고에 섹스를 암시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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