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은 문학담당기자의 주요 업무중의 하나이다. 신문사 사시와 소설의 경향, 가독율들을 고려해 데스크와 상의해 작가를 섭외하고 대강의 작품 줄거리를 구상한다. 현재와 같이 팩스나 전자메일 등이 등장하기 전에는 원고수령도 이들의 몫이었다.

극히 드물지만 때로는 ‘땜방용’으로 연재소설을 메꾸기도 한다. 80년대초에 모일간지 문학담당기자는 필자가 돌연 수일간 잠적하자 할수 없이 2-3회분 소설을 창작하기도 했다. 연재소설을 맡으면서 작가들의 열정을 가늠할 수도 있다.

원고 마감 문제로 매일 기자와 전쟁을 치르는 작가들이 있는가하면 시원스럽게 수십회분 분량을 송고하는 작가들도 있다. 전자의 경우 기자들은 고통스럽지만 ‘작가의 창작 열정’을 이해하는 경우 불만은 그리 크지 않다. 한 문학당당기자는 “마치 암각(岩刻)을 하듯 글을 쓰는 작가들을 대할때마다 ‘미안함’과 ‘경외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문학담당기자와 작가가 로맨스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작고한 시인 기형도가 중앙일보에 재직 당시 여류작가인 강모씨에게 연정을 품었던 것은 유명하다. 동료기자들과 함께 문제의 작가가 ‘은거’하던 산사를 수차례 찾기도 했다. 문예중앙에서 근무하던 심만수기자(현 도서출판 ‘살림’ 대표)는 업무 관계로 소설가 양귀자씨를 만나 결혼까지 했다.

신문연재소설을 쓰지 않는 작가들도 있다. 이문구씨가 대표적이다. 만연체풍인 자신의 작품 성격상 신문연재가 적합하지 않다는게 표면적인 이유다. 이씨는 서울신문에 역사인물 중편 릴레이를 연재한 것 외에 다른 작품은 일체 쓰지 않았다. 이청준씨도 비슷하다.

자신이 주로 다루는 작품 주제가 대중성을 근거로 하는 신문연재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청탁을 거절하고 있다. 신세대 작가군 가운데는 윤대녕씨가 이러한 경우에 속한다. “문학성이 상할까 겁난다”는게 이들의 고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가들은 원고청탁을 거절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무엇보다 경제적 수입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신문연재소설료는 월 평균 4백만원선. 신문사와 작가 명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웬만한 직장인의 수입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짭잘’하다.

지금처럼 문예지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발표 무대도 태부족이던 시절에는 신문연재 소설을 따내면 ‘한턱’내는 것이 관례였다. 여기에 지명도 확보 등 부가적인 장점이 적지 않다.

신문의 성격에 따라 작품경향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종합지에 비해 직장인들이 주 독자인 경제지와 스포츠지가 훨씬 야하다. 한때 외설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도 내외경제신문에 ‘자궁속으로’라는 제목으로 연재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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