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정치인으로는 드물게 공식석상에서 정부의 직·간접적인 언론통제를 거론하는등 언론을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김총재는 지난 5월 23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원장 이강수) 주최 초청강연회에 참석 “자민련이 언론으로부터 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하다”며 “총선 과정에선 언론에 대해 적지 않은 불만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김 총재는 “이런 보도가 나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이러저러한 얘기를 듣고 있다”면서 “여러 상황을 종합해볼때 (언론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날 강연에서 특히 한국의 언론상황을 1815년 나폴레옹의 파리 입성 당시 언론이 보여준 보도태도를 예로 제시하며 간접적으로 한국언론의 ‘줏대 없음’을 질타했다.

언론을 생각할때마다 나폴레옹이 바스티유 감옥을 탈출하자 프랑스 언론들이 초기에는 나폴레옹을 ‘흡혈귀’로 표현했다가 나폴레옹이 승전을 거듭하면서 파리로 진격해오자 ‘장군’ ‘황제폐하’로 호칭을 격상한 프랑스 언론이 상기된다는 것.

김 총재는 그러나 한국 언론의 굴절된 역사에 대해선 우리사회가 발전을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빚어진 현상이라며 이를 국가적 입장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총재는 특히 한 참석자로부터 “과거 언론탄압에 참여했던 장본인 중의 한 사람으로서 요근래 언론피해를 거론하는 것은 모순되지 않느냐”는 다소 까다로운 질문에 정공법으로 응수하기도 했다.

김 총재는 이 질문에 대해 “개발시대에 언론탄압이 있었고 그 시대를 책임져 왔던 사람의 하나로서 그같은 지적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언론이 현상적으로 보면 무소불위의 권한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권력으로부터 직·간접적인 간섭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현업 언론인들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 총재의 이같은 언론관련 발언은 정치인들이 언론에 대해 공식석상에서 언급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강한 만큼 다소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총재는 이날 현재의 정국상황을 비롯해 내각제 개헌의 필요성, 북미 수교 지지등 자신의 정치관과 언론관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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