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규제 체제의 확립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언론계가 재원 등을 지원하고 언론계 대표, 시민대표등이 참여하는 자율규제 체제의 구성과 운영에 우리 언론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지난달 18일 한국언론학회 제37대 회장에 취임한 김정기 교수(한국외국어대·언론학)는 한국언론의 질적 도약을 위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로 언론자율규제 체제의 정착을 꼽았다.
한국 언론의 숱한 과제에 대해 평소에도 언론의 ‘자율’ 쪽에 무게중심을 두어왔던 김정기 교수였던 만큼 언론학회 신임회장으로서 그의 이같은 입장 개진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같은 자율규제 체제를 어떻게 확립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날로 강화되는 언론의 상업주의 경향,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사회 환경 감시자로서의 역할,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기 보다는 권력과 대기업등 힘있는 집단에 대한 복속, 무엇보다 언론의 공공적 기능을 왜곡·굴절시키는 자본의 언론지배와 언론 자본의 세습구조속에서 언론 스스로 과연 자율규제의 터를 마련할 수 있겠느냐 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만약 언론이 스스로 자율 규제의 환경을 조성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타율 규제를 불러들일 것이 분명합니다.”
최근 관훈클럽 등 언론인 단체에서 이와 관련한 연구 작업을 펼치고 있는 점을 김교수는 고무적인 일로 꼽았다. 이들 단체의 연구결과가 나오는대로 학계도 나름대로 ‘할 일’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올 7월부터 시행되는 개정된 정기간행물법에 의한 언론중재제도의 변화에 대해서는 “우리 언론의 관심과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짚기도 했다. 대폭 강화되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권한에 대해서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언론 스스로 자율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교수는 학회활동과 관련해 크게 3가지 포부를 밝혔다. 언론학회 자체를 언론이 수행해야할 주요 기능을 담당하는 ‘공론의 장’으로 만들겠다는게 그의 으뜸 포부이다. “언론학회 자체가 공공매체가 돼 사회의 중요한 사안에 대한 논의의 장을 제공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교수는 취임사를 통해 언론학회 회원들 모두가 언론의 행적을 감시하고 언론 수용자 입장을 대변해주는 ‘언론옴부즈맨’이 돼 줄 것을 제안했다. 언론학회 차원에서는 언론이 외면하거나 간과한 주요한 사회적 의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포럼으로 ‘공론마당’을 개설,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교수는 또 유기적인 산학협동체제의 구축을 위해 현직언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초빙교수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학계와 언론계의 적극적 중개자가 될 것임을 자임했다. 언론계에는 젊은 언론학자들이 언론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줄 것을 요청했다.

학회 고유의 연구활동 강화 방안으로 핵심분야별 테스크 포스를 구성, 운영할 방침이다. 정보화사회 테스크 포스및 언론환경 담당 테스크 포스와 함께 여성문제 전담 테스크 포스를 구성하기로 한 것이 이채롭다.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여성 차별문제를 학회가 사회적 쟁점의 ‘공론의 장’으로 기능하면서 적극 제기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김교수는 역대 언론학회 회장중에서 첫번째 언론인 출신 언론학회장이기도 하다. 65년부터 78년 까지 코리아 헤럴드에 근무하면서 국제부장등을 역임했다. 또 지난 92년부터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선정위원을 맡고 있는 등 언론 현업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만큼 학회와 언론 현장의 ‘원활한 가교역할’이 기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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