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이효성(성균관대 신방과 교수)
△토론자 : 이성춘(한국일보 논설위원), 강상현(동아대 신방과 교수), 허욱(CBS 기자), 야스에 료스케(이와나미서점 사장), 키타무라 하지메(일본신문노련위원장)


이효성 : 두 발제자의 주제발표는 양국의 언론이 양국간의 문제를 자신의 기득권 유지에만 이용해 왔다는 지적과 멀티미디어 시대에 언론은 어떻게 저널리즘성을 유지할 것인가로 정리될 수 있다. 두 발제자는 또 공히 언론인과 시민들간의 연대를 통해 언론의 상업주의를 극복하고 양국간의 이해를 넓히자고 제안하고 있다. 두 발제자가 제시한 화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자.

언론, 자본·기술 경쟁체제

이성춘 : 양국 언론노조 대표들의 만남은 양국의 문제를 풀어가는 단초가 될 것이다. 그러나 양국은 아직도 식민통치의 잔재로 얼룩져 있다. 65년 한일조약 당시 일본이 사죄와 배상을 제대로 했다면 식민통치는 상당부분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 한일간의 갈등이 계속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일본의 UN대사가 한일관계는 왜 ‘프랑스-독일’ 관계처럼 발전하지 않는가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독일이 나찌의 만행에 대해 얼마나 철저한 진상규명과 사죄가 있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제 양국의 언론인들은 상대방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자. 또 언론인들이 서로 역지사지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과거 정치권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한일문제를 이용해 왔는데 언론인이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한일문제가 뜨거울 때일수록 언론은 얼음과 같은 구실을 해야 한다.

상업화와 상업주의는 별개

야스에 료스케 : 일본은 냉전으로 인해 가장 큰 혜택을 입었다. 그 때문인지 냉전을 잘 알지 못하고 냉전으로 인한 한국의 고통을 잘 알지 못한다. 이렇게 양국은 서로 다른 입장이다. 그러나 양국의 언론은 공통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정보혁명, 매스 미디어가 저널리즘으로 존속할 수 있는가의 문제, 21세기 아시아 시대의 도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의 문제 등이 그것이다.

특히 21세기 아시아 시대의 도래를 맞이하는 데 양국 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냉전적 사고를 동아시아에서 종식시키는 것, 남북통일, 이웃나라와의 화해와 신뢰를 구축시키는 것 등이 양국 언론의 과제다.

키타무라 하지메 : 전자저널리즘, 멀티미디어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이런 현상은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좋은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신문이 어떤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점에 보도의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면 전자미디어는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정보가 선택적으로 제공된다.

전자미디어 시대에 언론이 단순한 정보제공자를 넘어서려면 저널리즘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여기에 양국의 언론이 협조하고 노력해야 한다. 일본신문노련은 이를 위해 ‘윤리강령’을 준비하고 있다. 또 ‘21세기 신문본연의 자세’ ‘멀티미디어의 미래예측’ ‘신문본연의 자세-저널리즘성 확보’ 등의 연구 책자를 만들어 언론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널리 알릴 계획이다.

강상현 : 한국은 지금 각 언론사들이 종합미디어화를 향해 나가고 있다. 자본의 언론침투와 상업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이 단계에 접어든 상태인 것같다. 언론의 종합미디어화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언론을 자본과 기술의 식민지로 만들고 있다. 언론이 이제 기사를 무기로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과 기술을 무기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기자들의 지위를 하락시키고 있다. 그 대신 광고나 판매, 뉴미디어를 언론의 중심으로 진입시키고 있다. 또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보는 찾기 힘들게 된다. 자본에 의한 정보종합화는 자본을 확대할 뿐 언론노동과 저널리즘에 대해선 위협이 되고 있다. 또 공공정보의 수용자를 파편화, 개인화시키고 있다. 이제 언론인은 단지 봉급생활자를 넘어 사회적 언론의 수행자로서의 역할에 눈을 떠야 한다.

아시아 시대위한 언론역할 중대

허욱 : 언론의 상업화와 상업주의는 분리돼야 한다. 자본주의의 시장경쟁구조 속에서 상업화는 부정할 수 없는 문제다. 또 정보의 가공 유통을 통한 이윤창출에 각국의 선점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이 경쟁의 이익이 특정대기업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널리스트의 판단력이야말로 21세기의 훌륭한 정보상품이다. 이제 언론인은 언론기술인에서 참된 언론인으로 거듭 나야할 것이다.

이효성 : 긴 시간동안 토론에 임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한일 언론의 많은 문제점이 지적됐고 해결방안도 모색됐다. 매우 뜻깊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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