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비평회(회장 최창섭)는 지난 8일 오후 서강대 산업문제연구소에서 TV프로그램 월례비평회를 갖고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이 양적·질적으로 심하게 퇴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날 토론된 내용의 요지.

현재 일주일 동안 어린이 프로그램은 총 21.8시간(1,310분, 유아프로그램 제외) 방영되고 있는데, 이는 TV 3사, 4개 채널에서 방영되고 있는 총시간량 432시간(25,920분)의 5.3%에도 못미치는 시간으로 어린이 프로그램이 심하게 홀대받고 있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작년 연말과 비교하면 KBS 2가 하루 평균 2시간을 유지하고 있는데 비해 MBC는 하루 평균 1시간 30분에서 54분으로 축소됐으며 SBS는 1시간 30분에서 10분이 늘어난 시간이다.

프로그램의 내용을 살펴볼 때도 문제는 심각하다. 현재 만화영화는 어린이 프로그램의 60%를 웃돌만큼 압도적인 양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만화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방송사들의 무성의에 있다. 내용에 있어서 △선과 악의 이분적인 스테레오 타입화된 구성 △과거에 방송된 프로그램의 재방 △왜색 만화의 여과 없는 방송 등이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비용상의 문제로 자체 제작을 기피하는 것도 두드러진다. 작년에는 <빛돌이 우주 2만리>와 <떠돌이 까치> 두편이 제작됐지만 올해는 KBS의 <두치와 뿌꾸>가 유일하다.

22%를 차지하는 교양 프로그램도 어린이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기 보다는 단순스케치에 머물고 있다. ‘지구촌 통신’에서 세계의 이색문화를 소개한다며 ‘도쿄핸즈페스티벌’을 소개하는 등 이벤트 중심으로 채워지고 하와이티켓이라는 막대한 경품이 제공되는 경우도 있다.

퀴즈·게임류의 경우 어린이의 정서적 안정을 해칠 우려가 큰 것으로 지적됐다. 이런 프로그램은 어지러운 화면에 잘 적응하고 대처해야됨에 따라 어린이에게 혼란을 주어 정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한편 발제 후 첫번째 토론자로 나온 김사승 문화일보 기자는 “실질적으로 광고효율이 가장 높은 것은 어린이 프로그램인데도 SBS의 탄생이후 어른 중심의 시청률 조사에 몰두해 어린이 프로가 홀대받고 있다”고 지적하며 가족시간대(7∼10시)까지 어린이를 위한 배려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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