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주전남지역 각 기관 출입처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자들뿐만 아니라 각급 기관장들과 지식인층에서부터 알만한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이른바 광주매일(이하 광매)과 광남일보(이하 광남)의 전쟁이 시작되어 자고 일어나면 어김없이 상대 지방재벌 계열사에 대한 폭격성 기사로 사회면을 도배질한 배경에 대해 일고 있는 논란을 말한다. 누군가는 이들의 이전투구를 보고 “폭격에 동원되는 기자는 오로지 지방재벌의 도구일 뿐이요 한낱 자사 이익을 위한 방패로만 이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기자의 인격은 간데없다. 심지어 어떤이들은 “기자는 주인을 위해 상대편을 물라면 물고, 놓으라고 하면 놓는 충견일 뿐”이라는 난도질까지 서슴치 않는다. 누가 이처럼 철저하게 기자를 모독하는가. 돈이면 다되는 세상, 내가 주는 월급을 받고 있으니 너는 내가 시키는대로 충직하게 해야 된다는것이 경영진의 논리라면 기자를 참 슬프게 한다. 아뭏든 이번 지방재벌 언론사들의 전쟁은 시사하는바가 크다.

이들 지방재벌언론사 사주들이 신문사를 내돈으로 차렸으니 당연히 자기 신문에 쓰는 기사는 내 마음대
로 쓸수 있는 사보인양, 또는 “언론을 소유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따지고 보면 누가 누구를 침뱉을 수 있는 입장도 못된다. 광남 사주는 백화점 운영과 관련해 검찰에 두차례나 입건된 적이 있으며 광매 사주는 지난 90년대초 부동산 투기붐이 전국을 강타할 때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에서 전국 부동산 투기사범 최상위 랭킹을 차지해 전국 매스컴에 대서특필 된적이 있다.

물론 두지방재벌 신문사의 싸움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동안 동업자끼리는 서로 터부시 해왔던 성역의 벽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동업자끼리의 봐주기가 없어졌다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민주언론으로 한발짝 진일보 했다는 얘기가 된다.

또 이번에 시리즈로 쓴 광남의 광매 계열사 고발성 기사나 반대로 광매의 광남 계열사 외곽때리기 역시 그 의도가 신성치 못했다는 비난은 받았을지언정 기사가 갖추어야 할 조건들은 충분했다. 기자가 현장을 직접 취재하는등 그동안 알면서도 모른체 해왔던 내용들을 신문의 지면을 통해 공식으로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다만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이번 두 지방재벌언론의 전쟁이 지방언론이 안고 있는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는데 있다.

현재 광주전남지역에만도 4백만명도 못되는 인구에 5개 지방재벌 신문사를 비롯해 전남매일과 호남, 남도등 8개 지방 일간지가 있고 기자수만도 무려 1천여명에 이른다. 자연히 제한된 광고시장과 구독자 확보를 놓고 서로 적자생존의 싸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광남 사주가 신문사를 운영해야 되겠다는 결심을 가졌던 이면에는 광매를 비롯한 일부 지방언론의 계속된 직격탄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에앞서 광매는 몇년전 라인건설이 준공한 한 아파트의 부실공사 고발성 기사를 내보내면서 무려 3, 4일간을 사회면 톱으로 다루어 라인건설 사주의 감정의 골을 깊게 했고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라인건설이 언론사업에 뛰어드는 촉매제가 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뭔가 시작부터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지워버릴수가 없다. 언론은 결코 어떤 특정집단이나 특정인의 전유물이 될 수없다. 운영과 편집권이 분리되지 않는한 언론을 소유한 지방재벌은 기자를 단순한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는 우려와 비난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두 지방재벌언론사의 전쟁에서 드러난 상대 계열사의 고발성 기사에 대해 광주 전남지역 다른 언론사들은 거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 침묵이 순수한 기자의 판단인지 아니면 남의 싸움에 끼어들 필요가 없다는 언론사주의 판단인지는 알수 없으나 편집권의 독립이 더없이 요청되는 때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