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 ‘비자금 사과상자’를 1면 TOP 등으로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신문이 쌍용그룹 김석원 전회장의 ‘사과상자’에 대해서는 침묵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권력으로부터 비판을 허락받은 사건에 대해서는 적극 보도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 은폐 축소하는 언론의 ‘권력눈치보기’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전두환씨 비자금 사과상자와 관련, 쌍용측이 언론에 대대적인 로비를 벌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상황에서(<미디어 오늘> 48호 관련기사), 검찰수사만 따라가는 보도관행과 재벌로비에 약한 언론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4월 18일 한겨레 1면에는 ‘의혹의 사과상자’라는 설명과 함께 3월 27일 쌍용 경리부서 간부에 의해 신한국당 대구 달성지구당으로 사과상자 4개가 전달되는 사진이 실렸다. 이 사진은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김석원 쌍용그룹 전회장이 전두환씨 비자금을 은닉해준 사실을 증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신문들의 반응은 한결같은 ‘무관심’이다. 관련기사도 경실련의 김석원씨 고발 등을 다룬 스트레이트기사 정도다.

이번 사건은 선거를 10여일 앞둔 때 쌍용측에서 달성지구당에 전달한 사과상자가 쌍용그룹 창고에 숨겨져 있던 전두환씨 비자금 사과상자와 같고, 그 사과상자에 무엇이 담겼는지 밝히는 것은 비자금 의혹을 규명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파장이 주는 의미가 크다. 그러나 신문은 내용물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은커녕 검찰발표만 그대로 따라 싣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 진실보도라는 본연의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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