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민사합의 50부는 지난 10일 한국광고주협회가 본지를 상대로 낸 ‘신문기사 인쇄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본지(50호)가 광고주협회의 ‘인쇄매체 수용자조사’ 결과를 협회의 사전 허락없이 게재한 것은 현행 저작권법이 보호하고 있는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해석하고 이같이 판결했다.

우리는 광고주협회의 주장과 법원의 판결 내용을 존중하며 앞으로 있을 것으로 보이는 소송 과정을 통해 우리의 견해를 밝혀나갈 것이다.

우리는 법리적 해석과 본격적인 법정 논쟁에 앞서 본지가 이를 보도하기로 결정한 배경을 설명함으로써 우리의 입장을 밝혀두고자 한다.

우선 우리는 조사결과를 독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획득할 수 있는 공적 가치가 이를 비밀에 부치려고 하는 광고주협회와 일부 신문사들의 이해관계에 우선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비공개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쪽의 진정한 의도는 저작권 보호를 통한 지적·창의적 활동의 보장이나 훼손이 우려되는 지적 재산권의 보호에 있다기 보다는 공개적으로 공유해야 할 정보의 차단을 통해 신문사들의 이해관계를 보호하려는데 있다고 우리는 보고 있다.

대학도 병원도 경쟁시대에 돌입했다고 큰 목소리로 이 사회를 향해 외쳐대고 있는 언론이 정작 자신의 문제와 관련돼서는 이같은 잣대를 대지 않는 것은 모순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광고주협회의 조사결과에 대한 보도가 본지와 기자협회보를 통해 알려지기 이전에 이
미 그 내용이 언론계와 광고계에서 공공연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중시했다.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특히 광고계에서는 조사결과를 영업활동에 적극 활용하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자사에게 유리한 부분만 취사선택해 별도 자료를 만들어 활용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경우는 오히려 조사목적과 취지를 심하게 왜곡시키는 것으로 이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도 관련 내용의 기사화가 요구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우리는 또 이번 조사결과가 신문발행부수공사(ABC) 제도를 도입하는데 하나의 자극제 역할이 되기를 기대한 측면이 있다. 물론 이번 조사가 ABC제도와는 기본적으로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현재 시행중인 ABC제도가 사실상 실질 부수 조사를 불가능케 만들뿐 아니라 상당수의 신문사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사는 여러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공개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신문의 발행부수와 구독자수가 비밀의 성역으로 계속 남아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우리는 심히 불만스럽다.

우리는 이미 저적한 것처럼 이번 광고주협회의 구독실태조사 결과가 내포하고 있는 조사기법상의 한계는 물론 더욱 중요한 것은 그것이 시사하는 바 의미의 제한적 성격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가 지면(50호)을 통해 밝힌 바처럼 구독률이 신문의 질과는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번 조사결과가 그야말로 다양한 유효 지표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며 독자들도 이에 동의할 것으로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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