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각 언론사가 일본에 파견하는 특파원수는 1~4명, 총26명이다. 총국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중앙일보가 4명으로 가장 많고 동아, 조선, 연합통신과 각 방송 등이 2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미국의 경우엔 1~6명, 기타 중국, 유럽 각국, 홍콩 등에 각 1명씩의 특파원들이 파견돼 있다.

연합통신은 중동에도 특파원을 상주시키고 있다. 이 수치는 우리 언론의 국제보도가 얼마나 열악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AP, 로이터통신 등이 일본에만 1백명이 넘는 특파원을 파견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상당히 미미한 인원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신화사 통신의 경우에도 일본에 15명의 특파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도쿄특파원들은 직접적인 취재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이들이 작성하는 기사의 80%는 일본 현지의 신문, 방송, 통신들을 이용한 2차취재로 이뤄진다. 특파원들에 따르면 일본에서 생산되는 뉴스의 20%는 우리나라와 관련이 있을 만큼 그 비중이 크다. 이런 비중에 비해 우리 언론의 투자는 한참 뒤져 있다.

우리 언론들은 이런 숫적인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일본 현지 언론과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경향신문과 산케이신문,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 서울신문과 주니치도쿄신문, 조선일보와 마이니치신문, 중앙일보와 닛케이신문·지지통신,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신문 등이 현재 제휴를 맺고 있다.

이런 제휴관계를 통해 특파원들은 정보와 취재내용을 공유하고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를 증진시킨다. 그러나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칫 우리 시각을 잃고 일본이란 필터에 빠질 위험도 있는 것이다.

다른 지역의 특파원과 달리 도쿄특파원들이 갖고 있는 특별한 어려움도 있다. 도쿄특파원은 우리나라와 시차가 없는 관계로 동시간대에 취재와 기사마감이 이뤄져야 한다. 이러다 보니 일본에서 큰 사건이 터지면 일본의 보도를 참조할 여유없이 일본현지 언론과 거의 비슷하게 사건을 취재하고 기사를 마감시켜야 한다.

또 국내에서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붕괴 등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본은 어떻게 다리를 튼튼하게 짓는가, 일본 전문가 진단, 일본 각계반응 등 ‘민족적 자존심’이 상하는 기사를 많이 작성하게 된다고 한다. 특파원들 사이에서 “특파원이 아니라 도쿄 주재기자”라는 푸념이 나오기도 한다.

취재대상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없는 것도 도쿄특파원의 괴로움 가운데 하나다. 다른 나라로 파견되는 특파원들의 경우 대부분 그 나라 문화에 대해 일정한 애정을 갖는 것이 상식이지만 일본은 식민지에 대한 민족 감정, 잇따른 망언 등으로 인해 애정을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조건이다.

특파원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선 그 나라에 대한 창이며 그 나라의 입장에선 우리나라의 얼굴이다. 국제화, 세계화란 구호를 목청껏 외치기에 앞서 특파원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이 먼저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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