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협회의 절름발이 설문 및 통계 자료 유출이 신문업계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설문의 항목들이 표본 조사의 기본이라고 할 다양성 및 객관성, 공정성 등의 기준을 갖추고 있지 않고, 광고주협회의 조사 의도와 시기 등에도 의혹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신문은 이번 파문에 대해 모든 방법을 동원한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자사의 자존심 손상의 한계를 훨씬 넘어 생사가 걸린 문제로 판단하고 있는 듯 하다. 해서 파문은 점점 확산될 전망이다. 이번 광고주협회에서 주관한 독자 조사의 문제점으로 크게 4가지 정도를 지적할 수 있다.

특정독자군 표본삼아 파문 자초

첫째, 가정독자라는 특정 독자 군만을 조사의 주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신문은 나름대로의 특정 독자 군을 가지고 있다. 일부 종합지 독자층을 보면 가정 독자 보다는 상가와 관공소 등 가정을 제외한 곳에서 호응을 받고 있다. 모 종합지는 특정 지역과 대학가 등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스포츠 지의 경우는 가판을 통해 발행부수의 약 80% 이상이 소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같은 판매시장성과 비추어볼 때 특정 층을 주대상으로한 조사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특정 계층인 가정 독자만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를 실시했다는 사실에는 조사 전문가들 조차도 의아해 하고 있다. 광고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해서 한국신문의 내면을 속속들이 들여다 본 것으로 생각하는 자체가 오류의 시작이라는 첨언이다.

둘째, 조사 통계 수치의 오차를 보면서 가장 공정하고 엄격해야 할 통계조사의 원칙마저도 깡그리 무시됐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신문의 구독률 부분의 오차는 더욱 눈에 두드러진다.

광고주협회의 조사결과 A신문의 구독률이 0.1로 나타났고 B신문의 구독률이 24.9로 나타났을 때 그 차이는 2백49 배의 엄청난 격차를 보인다. A신문의 발행부수를 10만부로 해도 B신문의 발행부수는 자그만치 2천4백90만부란 얘기다.

더구나 C특수지의 통계 수치에서는 발행부수가 0.0으로 나타나 단 한부도 발행치 않는다는 어이없는 논리다.

P 종합지의 통계는 더욱 터무니 없다. P지는 ABC에 가정독자를 1백50만부로 신고했다. 그러나 광고주협회의 조사에서는 가정독자 수가 약250만부로 나타나 P지의 전발행부수의 합계 추정조차 어렵게 할만큼 뒤죽박죽의 큰 오차를 나타내고 있다.

객관적 검증 생략 신뢰 상실

셋째, 조사와 통계의 생명은 철저한 통계 수치를 검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객관적인 검증이 생략된 통계가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불러오느냐 하는 사실은 이미 4·11 국회의원 선거 예측 방송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그러나 광고주협회는 이같은 원칙을 생략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 학계의 유수한 교수나 권위 있는 조사 전문 기관을 배제한 채 지방의 교수와 대학을 선택한 것도 의혹을 살만한 부분이다. 광고주협회가 주장하는 회원사들간의 ‘내부 회람용’ 조사였다는 주장은 더욱 석연치 않다.

조사 통계가 협회원을 위한 ‘내부용’이었던, ‘외부용’이었던간에 그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고, 일부 신문사는 왜곡된 통계수치로 인해 막대한 정신적, 영업적 피해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그같은 억지 핑계는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광고주협회의 독자 조사는 시기 선택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광고주 대부분이 일관되게 주장했던 ABC제 시행이 눈 앞에 있고, 국민적 압력에 떠밀려 몇몇 신문사들이 참여 방침을 세우고 있는 시점에 이뤄진 이번 조사는 그들이 원하는 ABC제도를 위협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눈 앞에 다가온 ABC 제도의 시행과 추이를 지켜본 후, 보완적인 성격으로 시행했다면 광고주협회가 더욱 큰 명분을 갖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대목이다.

광고주협회가 철떡같이 믿고 있는 “발행부수 = 광고 효과”라는 고색창연(?)한 광고요금 산출 공식도 이제는 바로 수정되야한다. “신문부수 = 광고 요금”이라는 고정적인 통념에도 문제점이 적지 않다. 이제는 각 신문이 갖고 있는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광고요금을 책정하는 합리성이 필요할 것이다.

ABC 주도세력 명분·실리 잃어

끝으로 현재의 광고주협회의 처사와 처신 또한 온당치 못하다.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자료를 보도한 <미디어오늘> <기자협회보>에 대한 고발, 강력한 항의를 한 일부 언론사에만 진사 사절을 파견하는 것 등도 사태 진화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광고주협회는 파문의 책임을 떠넘기기 보다는 조사자료의 전면 무효화를 지체없이 선언해야할 것이다. 또한 해당사 언론노동자에게도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

광고주협회의 처신을 모든 언론노동자들이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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