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기부총리의 “정치가 3류면 언론은 4류”라는 말은 언론계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충격적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지난해 12월까지 38년간 경력의 언론인 생활을 했고 한 언론사의 편집국장과 사장까지 역임했던 권부총리의 발언으로는 잘 믿기지 않기 때문이다.

권부총리는 이번 파문을 일으켰던 2일 기자간담회 자리 외에도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거의 매번 통일에 관련된 주제보다 주로 언론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요구사항,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통일원 출입기자들은 “권부총리가 언론인과 취재원의 입장을 다 겪으면서 느끼는 갑갑한 소회의 반응이겠지만 38년 넘게 언론계에 몸담은 인사로서 어떻게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기자들은 “권부총리의 오보 및 추측보도에 대한 지적에 경청할 대목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정부의 언론 플레이가 그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은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언론을 몰아붙이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입장을 보였다. 정부가 기자의 사실확인엔 인색하고 때로 필요에 따라 무리한 내용의 정보를 흘려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는 것이다.

권부총리의 사과 및 해명으로 사건은 일단락됐고 통일원측도 그동안 하지 않았던 정례브리핑제를 실시하는 등 성의를 보이고 있지만 기자들은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권부총리는 사과와 해명을 했지만 권부총리로 상징되는 정부의 언론관은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한편, 한 기자는 최근 ‘조선(북한)이 자본주의 논리를 대폭 도입하기로 했다’는 등의 기사를 예로 들며 “차제에 언론계도 조선 관련 기사는 확인없이 써도 괜찮다는 관행에 대해 자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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