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사가 증자 후 상당량의 주식을 대기업에 매각하려던 방침을 바꿔 증자만을 추진키로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일보의 최고경영진과 순복음재단 사이에서는 지난 2월부터 총자본금 규모를 현재의 80억원에서 2백억원으로 늘리고 이렇게 증자된 주식의 20∼40%정도를 몇몇 대기업에게 매각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추진돼 왔다.

이달 초순께만 해도 당담 실무부서가 법적 절차 문제를 검토하는 등 증자 후 주식매각 방침은 거의 기정사실화되는 듯했다.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던 D, H, S 기업쪽에서는 이미 긍정적 반응이 나온 터였다.
그러나 지난 10일께 돌연 국민일보의 증자후 매각 방침이 변경됐다. 국민일보의 이사회격인 순복음재단 실행위원회에서 증자는 그대로 추진하되 주식 매각은 않는다는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순복음재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재단 실행위원회의 이같은 결정은 조용기회장의 ‘의중’이 상당히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이관계자에 따르면 조회장이 실행위원회를 소집해 주식 매각 방침을 재고토록하는 한편 국민일보 차일석 사장에게는 실행위원회의 결정이 공식 전달되기 앞서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조심(趙心)’이 이번 방침 변경의 결정적 변수였다는 것이다.

조회장이 당초의 방침을 바꾼 데 대해 해석이 분분하나 주된 흐름은 “국민일보의 재정에 타 자본이 참여해 순복음재단이 득될 것이 없다는 판단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비록 1천억여원에 이르는 적자지만 창간이후 줄곳 순복음재단이 경영을 책임져 왔고 지금의 재단 재정상태로도 국민일보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면 굳이 타자본을 끌여들여 경영, 인사 문제에 ‘외풍’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최종 판단에 따른 것이란 지적이다.

그러나 국민일보의 이번 방침 변경을 대하는 기자들은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차사장이 부임한 이래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경영 혁신 사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던 대기업 경영 참여문제가 물거품이 된데 따른 것이다.

한 편집국 기자는 “순복음 재단 중심의 경영구조를 개선하고 대기업의 경영 참여를 통한 새로운 바람을 기대했는 데 아쉽다”며 “이번 방침 변경은 기득권에 대한 자본의 집착이 언론산업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씁쓸해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