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유치경쟁에서 언론보도는 중요하다. ‘2002년 월드컵 유치위’(위원장 구평회)측도 언론홍보에 각별한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외국언론에 대해선 ‘지극 정성’ 그 자체이다.

내로라하는 각국의 축구담당 기자들은 거의 대부분 한국을 다녀갔다. 국내를 다녀간 기자들만도 1백명을 헤아린다. 숙식, 교통편 제공에 산업시찰, 기업인들의 융숭한 대접, 심지어 기자 개인당 1인 여성 통역사까지 따라붙을 정도로 이들은 ‘무일푼 호화 관광’ 혜택을 누렸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월드컵 유치 초반전에 한국이 해외홍보에이젠시(메리트 커뮤니케이션사)까지 동원해 외국기자들에 대한 홍보전을 펼쳐 상당한 성과를 거두자 중반전부터 기자들을 상대로한 로비에 총력을 기울이며 강한 열의를 쏟아붓고 있다.

한일 양국은 외국언론 전담반을 따로두고 경쟁국의 언론보도는 물론 각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월드컵 관련 기사는 전부 스크립해 국내외 관계자들에게 돌리고 있다. 이처럼 양국에서 모두 외국기자들을 ‘칙사’ 대접하고 있는데 비해 국내 기자들은 예상보다 ‘홀대’하는 분위기다. 알아서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그만큼 강한 것이다.

축구담당 기자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취재 의지’를 뒷받침할 만한 ‘취재 통로’가 거의 없다는 것. 현 상태에선 유치위가 유일한 취재처다. 그러나 유치위쪽에서 실무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외교관 출신들인데다 그나마 ‘보안’을 유독 강조해 공식적인 취재외에 ‘뒷이야기’를 듣기가 어렵다는 고민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월드컵 유치에 관한 한 거의 모든것을 관장하고 있는 정몽준 축구협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치 전망도 정몽준 축구협회장의 말 한마디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분위기다. 국내 언론들은 당초 5월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유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5월 10일 정회장이 근 보름간의 해외잠행을 거쳐 귀국 기자회견을 갖고 강한 자신감을 피력하면서 보도 태도가 ‘강한 긍정’쪽으로 급선회했다. 유치활동의 최일선에서 최고급 정보를 갖고 있는 정회장이 기자회견내내 확신에 찬 발언을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FIFA 집행위원들의 지지성향 분석 보도도 정회장의 발언과 유치위 실무자들의 말을 적당히 ‘합성’해 나왔다는 후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월드컵 유치경쟁과 관련한 AP 통신등 유력언론사의 외신보도가 부쩍 늘어나면서 외신을 꼼꼼히 챙기라는 데스크들의 지시가 축구담당 기자들에게 떨어져 있다.

한일 양국 월드컵 유치위는 개최지 결정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상대국 기자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기자로 보기보단 정보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출입금지의 공식이유로 보안이나 전략이 새나갈 우려가 크다고 당당히 밝힐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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