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들은 자신의 이상향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가. 미국의 PC통신망 ‘웰’(Well)의 ‘몬도2000 회의마당’에서 컴퓨터통신인들이 내린 결론은 일반인들에게 선뜻 다가서지 않는다.

전자토론장에서 이들이 내린 사이버펑크의 세계관은 다음과 같다. △정보해방을 추구한다 △명령조의 간섭은 거부한다 △권력의 분산을 촉진한다 △시대의 첨병이 되기 위해 첨단을 달린다 △‘사람의 마음’이 새로운 전쟁터인 미래사회는 현재로 다가왔다 △컴퓨터문화는 자기 의식적인 컴퓨터음악, 예술, 가상사회, 해커등의 군소문화가 결합된 형태로 표현된다 △사람은 인조인간(사이보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관을 갖는 ‘사이버펑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처럼 해커집단으로 이뤄진 기업은 “사이버펑크족은 대부분 해커들로 기성문화와 체계에 저항하는 부류일 뿐”이라고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한다.

하지만 이들에 대해 “PC가 만인을 평등하게 만들어준 세상에서 나름대로 규율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기도 하다.
미래연구소의 폴 사포는“기존의 낡은 제품이나 기술을 새롭게 응용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들”이라며 사이버펑크족을 창조적인 인물로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이버펑크족의 활동영역은 단순한 해킹에 그치지 않고 있다. 가상현실기술을 활용한 버추얼섹스(가상성교)나 전자환각제(LSD) 개발을 시도하거나 컴퓨터바이러스를 개발, 전세계 컴퓨터네트워크를 훼손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인체를 전자장치와 연결하고 뇌파를 자극, 성적 흥분상태로 이르게한다는 버추얼섹스의 개념은 이미 일반화된 것으로 미국의 사이버펑크 전문잡지에서는 비일비재하게 다뤄지고 있는 내용이다. 또 이같은 개념을 바탕으로 마리화나나 코카인등이 필요없는 전자환각제 개발은 일부 사이버펑크들 사이에 최대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이같이 새로운 소돔과 고모라 도성(都城) 구축을 시도하는 사이버펑크들의 관심은 역사관의 왜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이버펑크족에게 역사란 데이터이며 디스크에 담긴 사이버펑크 음악처럼 즐길 수 있는 대상일 뿐이다.” 개인과 세계의 상호연결성을 인정치 않는 이들은 개인주의적이며 자기 편의적으로 민족이나 국가등 사회 전체의 가치를 전면부정한다. 과거의 아나키스트가 추구한 이상사회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물론 사이버펑크는 사람이 기술을 통제하지 못하면 기술이 사람을 지배할 것이라며 디스토피아의 도래에 대해 위기감을 표명하기도 한다.

개인용컴퓨터의 등장으로 시작된 정보혁명은 자동차나 TV이상으로 인류생활을 뒤바꿔놓고 있다. 또 이같은 기술이 인류에게 가져다줄 가능성을 제시하며 혁명전사가 바로 사이버펑크족이다. 그러나 동전의 앞뒷면처럼 무한한 창의성과 퇴폐성을 갖는 기술의 수혜자들은 정신적 아노미현상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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