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월드와이드 아랍어 방송이 인종차별과 편집권 독립 문제에 대한 운영주체간 갈등으로 최근 방송이 중지됐다.
BBC 아랍어 방송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송출 계약을 맺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오비트 커뮤니케이션즈가 최근 방영된 뉴스 프로그램에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다며 송출을 중단하자 BBC측이 편집권 침해라는 이유를 들어 계약을 파기한 것이다.

문제가 된 내용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파노라마>로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칼로 사람을 처형하는 장면을 몰래 담은 부분등이었다. 오비트 커뮤니케이션즈의 사장겸 최고경영자 알렉산더 질로는 프로그램이 “이슬람 율법과 문화를 인종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조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BBC 월드와이드는 아랍어 방송을 시작할 때부터 편집권은 양보할 수 없다고 못박았었다. BBC 월드와이드 사장 봅 필리스는 “편집에 대한 간섭이 있을 경우 BBC는 계약을 파기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결국 아랍어 방송은 중단 상태에 놓였다.

오비트 커뮤니케이션즈측은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BBC측은 서로 합의속에 계약을 끝냈다고 말하고 있다.
양쪽의 갈등은 이전에도 불거져 나온 적이 있었다. 사우디의 반정부 활동가 무하마드 알-마사리의 영국체류에 대해 사우디 정부가 영국 무기제조업체로부터 수백만달러 상당의 무기를 수입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겠다고 협박해 영국에서 추방된 사건을 다룬 BBC 뉴스에 대해 오비트가 송출거부했던 사건은 10년 계약 관계에 있던 양쪽에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자유주의적 성향의 이집트 신문들은 아랍지역 위성방송의 대부분을 사우디 아라비아가 장악하고 있어 사우디의 패권주의가 중동지역에 자유로운 정보흐름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아랍의 3대 위성방송사는 사우디 왕가와 친분이 두터운 사우디 아라비아 회사들이 소유하고 있다.

BBC 월드와이드가 세계화 전략의 하나로 94년 6월 최초로 시작한 외국어(아랍어) 뉴스채널이 이번 사건으로 방송 중단됨에 따라 이 방송을 위해 채용된 아랍어를 구사하는 약 2백50여명 기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위험에 놓였다. BBC 월드와이드는 아랍어 방송을 중동 및 북아프리카로 송출할 새로운 계약상대자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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