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법 논의기구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산하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국민위)가 13일 공식 발족했다. 여야 추천 인사들은 '정당 대리전'을 우려한 듯 정치색을 탈피하고 전문적인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위원회의 위상과 운영 방식을 둘러싸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해 향후 회의의 귀추가 주목된다.

고흥길 문방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20명의 국민위원들이 모인 가운데 "앞으로 100일 동안 추천 정당이나 단체를 의식하지 마시고 우리나라의 언론 발전과 미디어 산업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어떤 입법을 할지 스스로 판단해 토론해주시고 좋은 결론을 도출해달라"며 "저희도 정말 백지상태에서 여러분 의견을 충분히 생각해 입법에 반영하도록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우룡 위원장 "정파 떠나서…국회 입법 밑거름 될 것"

   
  ▲ 강상현 김우룡 공동위원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문방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자 선임된 국민위원들의 모두 발언이 이어졌다. 특징적인 것은 여당의 경우 국민위가 자문기구라는 점, 정치색 탈피 등을 주요하게 지적했고, 야당의 경우 위원회가 언론법 이외에도 여론 다양성, 언론자유 등 언론계 전반의 과제를 다루는 기구여야 한다고 강조한 점이다. 

한나라당 추천 인사인 김우룡 공동위원장은 "정파를 떠나서 국회서 논란이 되는 미디어법의 접점을 찾는데 지혜와 경륜, 지식을 보태는데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며 "미디어법 관련 이해 당사자들의 폭넓은 청문을 통해 의견을 충분히 개진하고 국회 입법에 밑거름이 될 것"을 주문했다. 

강길모 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동대표도 "밖에서는 정당 대리인처럼 집단 패싸움이 날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제 특정 정당이 추천했다고 해 거기의 지침이나 방향에 따라 충실할 태도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석홍 단국대 언론홍보영상학과 교수도 "순수한 전문가 집단의 자문기구로서의 역할에 충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국정치처럼)이 위원회도 집단 행동의 장으로 가는데 대단히 우려가 된다"고 덧붙였다.

강상현 위원장 "국민 표현의 자유 기준…쟁점법안 맞지 않으면 새롭게 기준 만들 것"

   
  ▲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공식 발족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러나 민주당 추천인사인 강상현 위원장은 언론과 국회의 공통점을 "민주주의"로 꼽은 뒤 "민주적인 미디어 질서와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모든 것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위원회의 위상을 강조했다.
 
강상현 위원장은 "미디어법과 관련해서 논의가 국회서 민주적인 방식으로 처리됐으면 좋았을 텐데 많은 국민 지켜보는데서 그렇게 못해 안타까운 분들 많을 것"이라며 지난 연말 여권의 '속도전'에 우려감을 표했다. 특히 강 교수는 "합의 기준을 만들고 '쟁점 법안이 이런 기준에 맞느냐', '맞지 않느냐'를 보고, 맞다면 그런 법안을 흔쾌히 수용하고 맞지 않으면 새롭게 하는 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국민위원회에 주어진 과제는 법안이 아니라 범주화 시켜본다면 여론 다양성, 언론자유, 매체 진흥의 문제"라고 강조했고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도 "여론의 다양성, 공공 서비스의 안정화가 주요 관심사"라고 지적했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도 "다양한 방송 법제의 이름이 있었지만 위원회 이름에 국민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여당, 야당이 조율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아 국민들에게 답을 물어보는 게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김기중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는 "백지상태에서 한국의 언론과 미디어발전을 위한 올바른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논의한다면 두 가지 상반된 가치인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도 산업발전에 기여하는 미래 지향적 방향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 "고흥길 위원장, 상정된 언론법 철회"…고흥길 "철회 없다" 일축

특히 류성우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고흥길 문방위원장을 겨냥해 "(위원회의)합의를 법안에 반영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청심환도 안 드신 상태에서 상정된 언론관계법을 철회"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고 위원장은 "철회를 한다는 것은 위원회의 건전한 발전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위원들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난 뒤 여야 간사들은 한목소리로 위원회의 자율적인 활동과 활동 결과의 법안 반영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간사는 "미디어발전 위원회는 전문가 분들의 좋은 의견을 모으고 입법 참고 자문 역할을 하는 만큼 정쟁기구가 아니라 정책 기구 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좋은 의견을 모아주시면 입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전병헌 민주당 간사도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100일 기도를 통해 (성과가)마련 되듯이 백지상태에서 표현과 언론의 자유 관련 법들에 대해 국민의 뜻과 마음을 담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용경 선진과창조모임 간사도 "(위원회는)여야 불신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그동안 대화도 안 되고 논의도 안 되는 상황에서 저희가 택한 길"이라며 "국민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소통을 위해서 좀 더 대국민 소통에 대해 신경을 써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디어발전 위원회는 여당 쪽 간사· 대변인으로 황근 교수, 간사로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야당  쪽 간사로 조준상 소장, 대변인으로 이창현 교수를 각각 선정해 향후 위원회 운영을 논의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오는 20일 전체회의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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