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매일신문과 자매지 부산경제신문의 국실장급 간부에 대한 일괄사표 제출 요구는 언론사에서는 쉽게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도 충격적이지만 그것이 노조의 쟁의행위를 빌미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부산매일신문의 국실장급 간부들에 대한 일괄 사표 요구는 외형상으론 이들 간부들의 합의에 의한 것 처럼 돼 있다. 간부회의에서 노조의 쟁의행위와 관련한 사장의 질책이 있자 전무가 나서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제안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제안에 따른 사표 제출은 말이 그렇지 사실상 강요나 다름없다는게 부산매일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실제 사표를 제출한 한 국장은 이와관련, 할 말이 있지만 지금은 뭐라 이야기할 처지가 아니다고 말해 이같은 사표제출이 사실상 강요된 것임을 시사했다.

또 다른 국장은 사태가 여기까지 악화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는 뜻에서 일괄사표를 제출했다고 하면서도 이 문제와 관련 장시간 난상토론이 벌어졌다고 말해 간부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았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부산매일신문 경영진이 안팎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간부들에게 이같은 무리한 일괄사표 제출을 요구한 것은 경영능력등과 관련, 노조와 부산매일신문의 경영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대우그룹 양쪽 모두로부터의 인책 움직임에 간부들을 볼모로 삼아 배수진을 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재 노조는 쟁의발생 신고를 낸 상태로 29일 냉각기간이 끝나는대로 단체행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임금및 단체협약안을 둘러싼 노사간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쟁점은 지난 92년 대우그룹이 약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한 투자계획의 이행여부이다.

대우그룹은 매년 30억원 정도의 광고 게재와 연간 10억원 규모에 이르는 대우사보의 인쇄 위탁등을 통해 부산매일신문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 94년 50억원 증자 때 이를 대우그룹 하청 기업들이 인수, 총 주식의 54%를 차지하게 돼 사실상 지배주주 관계에 있다.

문제는 92년 당시 대우그룹과 부산매일신문과의 교섭에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사옥 건립 △윤전기 시설투자 △근로조건 개선등을 약속했으나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데 있다. 특히 당시 회사측 교섭대표로 김회장과 직접 담판을 벌였던 현 사장이 대우측의 그같은 약속 불이행에 대해서는 제대로 발언하지 못하면서 현 경영진에 대한 불신을 키워왔다.

나날이 경영 여건이 악화되고 근무환경 등도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도 경영진으로서 이런 상황을 개선할 노력은 고사하고 자신의 자리에 연연해 사원들의 요구를 묵살하는 데만 앞장섰다는게 최근 사장퇴진론까지 나오고 있는데 대한 노조의 배경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노조의 쟁의가 재연, 대우그룹측도 사장등 경영진의 관리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배척하는 분위기가 생겨나자 경영진이 중간간부에 대한 일괄사표를 통해 배수진을 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관련 기자들은 자신의 입지를 위해 중간간부에게 일괄사표를 연출하는 것이 언론사 사장으로서 할 일인지 묻고싶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어떤 조직 보다도 독립성이 보장돼야 할 편집국장등 신문사의 고위 간부가 경영진의 자리 보전을 위해 강제로 사표를 내야 하는 현실속에서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이나 기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부산매일 간부들에 대한 일괄사표 제출 요구가 반언론적 경영행태라는 거센 비난을 사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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