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공보위원회(문체위)는 대표적인 비인기 상임위로 통한다. 상임위 산하에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힘 있는 부처가 없는데다 별반 ‘득’ 될 만한 산하기관을 끼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KBS 등 일부 언론사가 국감 대상인만큼 다른 상임위와는 또 다른 부담을 떠 안을 수 밖에 없다.

이를 반영하듯 15대 국회 개원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노른자위 상임위’에 배정받기 위한 의원들의 물밑 로비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문체위 희망자들은 별반 눈에 띄지 않는다. 언론사 출신들 일부가 자원 의사를 내보이고 있을 뿐 문체위를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건설교통위나 통일외무위등 인기 상임위는 최고 5대 1이상의 경쟁률을 나타내고 있으나 문체위는 ‘정원미달’ 상태라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회 문체위 정원은 모두 19명. 이 가운데 신한국당이 과반수인 10명을 차지하는 것을 비롯해 국민회의 5명, 자민련 3명에 무소속이나 민주당에서 1명이 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위원장은 신한국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신한국당 몫으로 돌아갔다.

여당인 신한국당에서 문체위 배정을 희망한 의원은 박종웅(부산 사하을), 김종하(경남 창원갑), 강용식의원(전국구) 정도. 14대에서도 모두 문체위에서 활동했다. 이 가운데 전국구 3선을 기록중인 강용식의원은 위원장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KBS 보도본부장 출신인 강의원은 전문성을 겸비하고 있는데다 자신이 위원장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일 강의원이 위원장에 선임될 경우 오인환 공보처 장관과의 관계설정도 관심거리. 오 장관은 올해초 방송기자들과의 비공식 간담회에서 강의원에 대해 부정적인 인물평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는 등 관계가 그다지 매끄럽지 않다는 후문이다.

신한국당은 문체위 희망자가 워낙 적어 전국구 당선자들을 상당수 포진시킬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박성범, 이윤성, 맹형규 당선자등 인기 앵커 출신들이 모두 문체위가 아닌 다른 상임위에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돼 눈길을 끌고 있다.

박종웅의원의 역할도 주목된다. 김영삼 대통령 가신그룹 중의 한명인 박의원은 방송법 개정 작업 등 주요현안에 대한 당정협의 과정에서 무게 있는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박의원은 지난해말 국회에서 보류된 통합방송법안의 제정 작업에 깊숙이 개입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한국당은 5월 28일부터 30일까지 설악산에서 열리는 전체 의원 세미나 자리에서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을 끝마칠 계획이다.
국민회의에선 길승흠(전국구), 정동채(광주 북구), 최희준 당선자(경기 안양 동안갑) 들이 문체위를 희망했다. 이들은 모두 초선이다. 국민회의는 14대 당시 문체위에서 활동한 조세형, 정상용, 국종남, 박지원의원 등이 무더기로 낙선하면서 대폭적인 위원 교체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밖에 자신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김민석(서울 영등포을), 정동영(전북 전주 덕진), 신기남(서울 강서갑), 김한길 당선자(전국구) 등도 문체위 배정이 유력하다는 예상이다. 자민련에선 변웅전(충남 서산·태안), 안택수(대구 북을) 당선자가 문체위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 당선자는 MBC, 대변인을 맡고 있는 안 당선자는 한국일보 출신이다.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민주당에선 김홍신(전국구) 당선자가 확실시되고 있다. 무소속 출신 가운데는 축구협회장을 맡고 ‘2002년 월드컵 유치’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정몽준의원(경남 울산)이 문체위에서 활동할 것으로 점쳐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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