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청와대 쪽에 사의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져 사의 표명 배경과 향후 방통심의위 역학구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임 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진강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지난 2007년 12월 협회차원에서 'BBK 특검법'에 위헌소지가 많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보수적인 성향의 인사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박 위원장은 2011년 5월까지가 임기이나 최근 청와대 쪽에 학교(서울대 언론정보학과)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청와대 쪽은 조만간 후임을 인선할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한겨레 보도로 알려진 박 위원장의 사의 표명 배경에는 방통심의위가 민감한 사안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는 데 대해 여권 쪽에서 불만을 토로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10월24일 있었던 YTN의 'YTN 노조가 부르는 희망의 노래' 보도 심의는 해를 넘긴 지난달 21일에야 결론이 났고, 지난 연말 있었던 MBC의 언론관계법 보도 심의는 오는 18일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

   
  ▲ 박명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지난해 5월 취임한 박 위원장은 2011년 5월까지 임기를 남겨놓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과정에서 여당이 추천한 일부 심의위원은 "더 이상 토론할 필요가 없다. 바로 표결하자"거나 "상대방의 발언에 반박하지 말고 자기 입장만 밝혀라"는 등 조급한 속내를 드러냈으나 '일사천리'로 심의가 진행되진 못했다. 여당 정치인을 문제삼는 인터넷 게시물을 조치해달라는 민원도 여러 건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삭제 조치된 것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관련된 것 외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여당 쪽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좀 더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인물을 원했고, 2011년 5월까지 임기를 남겨둔 박 위원장의 사의 표명도 이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박 위원장 후임으로 거론되는 이진강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위원장으로 낙점 될 경우 위원회 역학구도 변화도 관심이다. 법조계 최대 단체인 변협은 지난 2007년 12월 대선 직후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자를 겨냥한 'BBK 특검법'에 대해 위헌소지가 많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6월 촛불시위 당시에는 이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가 한 달 뒤에는 불법행위자들에 대한 엄정대처를 주문했다. 아울러 특정 신문 불매 및 광고중단 운동에 대해서도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부보고서도 작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 2007년 2월부터 변협 회장을 맡아왔으며, 임기는 이 달 말까지이다.

   
  ▲ 지난해 7월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 19층 회의실에서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명진 위원장이 성원을 파악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편 박 위원장 사의 표명과 관련해 방통심의위 쪽은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박 위원장도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정상 출근한 박 위원장은 점심 식사 후 외부로 나갔다"며 "사의표명 보도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이날 오후 예정돼 있는 간부 워크숍에 참석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 쪽도 "이 회장은 '방통심의위와 관련해 아는 게 없다'고만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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