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디자이너는 무대 영역과 그래픽 영역으로 나누어지는 방송미술의 두 영역 중에 무대 영역의 뼈대를 작성하는 일을 하는 직종이다. 세트디자이너는 크게 쇼와 교양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쪽과 드라마를 담당하는 부서로 나눌 수 있다.

현재 활동하는 세트디자이너는 KBS의 경우 아트비전에 소속된 25명, SBS는 본사에 소속된 14명이 있다. 반면 MBC는 본사와 아트센터로 분리돼 각각 7명과 20명이 활동하고 있다. KBS와 SBS는 일반프로그램과 드라마간을 교차작업하고 있지만, 두 개로 분리되어 있는 MBC는 본사 팀이 오락과 교양프로그램을, 아트센터에서 드라마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방송세트 역사는 1956년 5월 15일 HLKZ TV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다. 그 이후에 컬러텔레비전의 등장, SBS의 개국, 종합유선방송의 개국등, 굵직굵직한 방송계의 사건들은 우리나라 세트디자인계에도 많은 파장을 주었다.

새로운 방송사의 등장은 인력수급이 맞지 않는 세트디자이너의 급격한 이동을 부추기기도 했다. 특히 80년 컬러텔레비전시대 개막은 세트디자이너뿐 아니라 전 미술분야 종사자에게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이렇다 할 텍스트가 없었던 세트디자이너들의 일본 연수 붐을 일으킨 것이다.

이 결과 우리 세트디자인의 기본적인 모텔은 일본이 됐다. 아직까지 세트디자이너 전문양성기관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사건들이 기술발달이나 인력이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방송사의 세트디자이너 수급은 대부분 공채를 통해 이루어진다. 데생이나 구상을 통해 치러지는 이 공개채용에는 보통 1백대 1에 가까운 경쟁이 벌어지고, 대부분 순수미술 전공자들이 입사한다. 이들은 입사해서 ‘도제시스템’처럼 상급자 아래에서 배우면서 일을 익히며 단계적으로 프로그램의 세트 작업에 참여하게 된다.

세트 작업의 시작은 PD 등 스태프들과 대본을 읽고 프로그램 성격에 대한 토의를 통해 프로그램의 미술적 상황을 실현할 수 있는 세트를 구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세트의 규모와 예산등도 함께 논의된다. 세트의 디자인에 있어서는 많은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쇼 프로그램의 경우 장소헌팅, 기타 재료조사 등을 하며, 드라마의 경우는 지리적·시대적 특성에 맞도록 자료를 조사한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세트를 고안하고 소도구·대도구를 관장해 미술을 전체적으로 코디네이션한다. 모든 작업은 평면도, 입면도, 제작도에 준하여 시작되며 경우에 따라 미니어처 작업을 하기도 한다.

세트가 프로그램에서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부대적인 작업도 매우 중요하다. 이런 상황이 최근에는 네온의 과다한 사용이나 소재의 질감을 통한 무대 장치를 통해 표현하려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이런 경향은 순간적인 현상에 몰두하는 ‘단회성’의 세트일 뿐이지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줄 수는 없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트디자이너가 시류에 영합하는 자세를 지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소재의 활용과 무한한 표현을 할 수 있는 예산의 집중투자도 뒷받침돼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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