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퇴임한 박영관 제주지검장 ⓒ제주의소리  
 
사실상 사퇴해 줄 것을 요구하는 두 차례 좌천 인사에 반발해 사표를 낸 박영관(57.사시 23회) 제주지방검찰청장이 퇴임 자리에서 이명박 정권을 향해 "겸손하라"고 충고했다.

박 지검장은 16일 오전 제주지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25년 검사생활을 하면서 언젠가는 물러날 거라 생각했지만 칼바람 부는 겨울에 나가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아마 평생 검사 할 줄 알았던 것 같다. 사람 일은 이렇게 한치 앞도 모르는데 어리석고 자만했다"며 25년의 검사생활을 반추했다.

박 지검장은 이어 "구 로마정국시절 군중들이 개선장군을 환호하자 옆에 있던 노예 한 사람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외쳤다는 일화가 생각난다"며 "아무리 영광스러운 자리라도 모든 것은 변하니 겸손하고 교만하지 말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의미 있음 말을 던졌다.

박 지검장은 “로마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 제국을 일으킨 것 같다"며 "나 뿐만 아니라 권력을 잡고 행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메멘토 모리'를 말해주고 싶다"고 사실상 MB정부를 겨냥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그대도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후 돌아와 행진하는 장군 뒤에 노예 한 명을 세워 로마 시내를 지나는 동안 뒤에서 ‘메멘토 모리’를 기억시키는 풍습이다. 로마 제국 당시 전쟁에서 돌아온 장군들은 승리에 도취해 쿠데타를 모의하기도 했기 때문에 ‘너무 우쭐하지 말고 겸손하라’는 뜻으로 노예를 시켜서 승리한 장군에게 메멘토 모리를 복창하게 만든 것에서 유래한다.

박영관 지검장은 “25년간의 공직생활 동안 퇴임 시기가 동기나 후배가 검찰총장으로 지휘권을 행사할 때 의롭게 물러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렇게 찬바람 부는 겨울에 나갈지는 몰랐다”며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인간의 한계”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법무부의 사표 압박을 받아온 박 지검장은 최근 법무부의 지검장급 인사에서 대전지검 차장검사로 발령 나자 지난 13일 사표를 제출했다.

   
  ▲ 조선일보는 지난 13일자 10면 기사 <"못나간다" 복병 만난 검찰 물갈이>에서 박영관 제주지검장에 대해 "김대중 정권 당시 법무부 검찰 1·2·3과장 등 요직을 독차지 하면서 대표적인 '정치검사'로 꼽혔다"고 보도했다. 박영관 지검장은 지난 2001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당시 조선일보 탈세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지휘하며 방상훈 사장을 공금횡령과 세금 포탈 혐의로 구속시킨 바 있다.  
 
전남출신인 박영관 지검장은 2003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재직하면서 '병풍사건'을 수사한 경력 때문에 한나라당은 물론, 법무부로부터도 '좌천'-'사퇴'압력을 받아왔다. 특히 조선일보 사주인 방상훈 사장을 탈세혐의로 구속시킨 바 있어 조선일보에서는 박 지검장을 '정치검사'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박 지검장은 지난해 3월 제주지검장으로 올 때도 전임이 전주지검장이어서 좌천 성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 대전지검 차장검사로 전보 발령내자 두 차례 좌천인사에 반발해 사표를 냈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2009년 01월 16일 (금) 12:28:57 이재홍 기자 chjhlee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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